언젠지 모르겠지만 수어년 전 쯤,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대학 다닐 때라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물론 아직도 한참 부족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 부족을 깨닫고부터는 조금씩이나마 스스로를 발전시켜왔다.
30대가 되기 전의 나는 승부욕이 아주 강했다.
이기고 싶어했다기보다 지기 싫어했는데,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이기고 싶어하는 건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한 반면, 지기 싫어하는 건 억지부리거나 상대를 인정하는 않는 편법도 쓸 수 있다. 그러니 지기 싫어하는 건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한 열등감 때문에 처음엔 남을 이겨먹으려 했다.
공부를 처음 시작 할 때는 내 짝궁이었던놈을 공부시간으로 이겨보겠다고 공부하는 척했고 바둑을 둘 때도 싸가지 없던 그 친구놈을 이겨보겠다고 죽어라고 두기만 했다. 그러나 상황은 확 나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문제는 나의 무지에 있었는데 그걸 개선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면서 상대를 쳐다보고만 있으니 해결 될리가 만무했다. 그때 크게 깨달은 부분이 있다. 상대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나는 나만 이기면 되더라. 그걸 깨닫고나니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됐다. 이기려고, 지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우기는게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히 이기게 되는 거였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틀린 문제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 다시 풀어보는 것 보다 내가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원인을 찾고 그 문제를 개선하는게 훨씬 낫다. 그게 오답노트의 궁극적인 목적과도 일치한다. 다시 풀어보는건 노동일 뿐 개선작업이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라이벌이 없다. 단지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
잘 못 했던 것들, 개선했으면 했던 것들, 아쉬웠던 것들을 악착같이 찾아내서 뜯어고친다.
그러니 같은 실수는 줄어들기 마련이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 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한 계단씩 올라 갈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