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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an 21. 2024

편견을 버리랑개 - 1

무안 시골살이 적응기 - 개랑 친해지기



순이 고모네 와서 정말 행복한 일은 바닷가까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다.

창창은 원래 개를 좋아했을까?

그렇지 않다. 개를 무지무지 무서워다.

어릴 때부터 그랬느냐고? 

그것도 아니다. 말 그건 아니었다.




기억이 떠오르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서는 개와 고양이 물론 그 밖의 동물들을 끊이지 않고 키웠다. 면조, 추리, 닭, 심지어 족제비까지.


 시절엔 동물을 집 안에 들이지 않았지만 이들이 으레 그렇듯 막 태어난 강아지를 이불속으로 끌어들여 품에 안고 자기도 했다. 동생과 안고 자겠다고 운 적도 많았다.


성견이 되면 훈련시키는 맛에 흠뻑 빠졌다. 그러다 개가 죽거나 개를 잃어버리면 몇 날 며칠 울며 이별식을 혹독하게 치르기도 했다. 개는 우리 가에게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마흔한 살, 우울증이란 괴물 내 의식을 장악당한 뒤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에 없던 증세들, 이를테면 모서리공포증, 폐소공포증, 공황장애, 심지어 개혐오증까지 생겼다. 


그즈음 반려견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이를 물거나 지나는 사람을 갑자기 공격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다. 공포가 극에 달했고, 사려 깊지 못한 개 주인들에 대한 혐오 감정까지 동반됐다.


우울증 환자치고 나는 걷기를 꾸준히 한 편이었다. 문제는 뒷산이나 공원을 걸을 때였다. 시야에 반려견과 주인이 보일 때부터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시작했다. 개의 끈이 길어져 내 가까이 다가오면 꼼짝할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선 채 얼어붙었다.


개의 끈을 바짝 잡아채지 않아서 맞은편의 나를 향해 반려견이 훅 다가오게 만드는 주인에게 화가 치밀었다. 어떤 때는 너무 놀란 바람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 오르면 우는 성격 탓이었지만, 산책하는 좋은 기분이 완전히 망가지곤 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아버지 형제분들 송년회에 와 보니 순이 고모 댁에 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미남이다. 생후 3년 정도 된 녀석이라고 했다.(고모에게 정확한 정보가 없음)



처음엔 이 녀석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 녀석은 큰아버지, 우리 아버지, 고모부와 같은 남자 어른이 다가가니까 심하게 으르렁거리고 짖어댔다. 쓰다듬으려 하면 물려고 했다.


고모 말씀을 들으니 녀석은 고모네로 오기 전 두 집에서 파양(이런 말 쓰나?)됐다고 한다. 첫 번째는 다른 동네에 사는 할아버지네였단다.

"할아범이 집안에서 키웠다는디 아무래도 학대한 것 같닥 하더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녀석은 어떤 청년에게로 맡겨졌는데 자꾸만 물려고 해서 목욕을 시키지 못했단다. 청년도 녀석을 포기했다. 녀석은 순이 고모네로 맡겨졌다. 고모는 녀석을 집 밖에 묶었다. 동물 사육에 관한 고모의 철학은 확고했다.

"개는 마당에서 키워야제. 어쩐다고 집안에 들인다냐."

 

녀석은 여자들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덜 사납게 굴었다. 나를 처음 봤을 때도 으르렁대기는커녕 내 앞에서 두 발 들고 반색하며 자기 좀 어떻게 해 달라는 시늉을 했다. 

녀석을 산책을 시켜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기둥에 묶인 끈을 풀려고 다가가물 듯이 으르렁댔다.


녀석을 안심시킬 방법을 알지 못한 나는...

휴, 동물농장에 제보해야 하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시청하며 공부해야 하나.

이틀 동안은 멀게 서서 녀석의 이름만 불렀다.

"미남아, 미남아."




지난 금요일에 서울서 내려온 두 친구와 꽉 찬 일정을 보낸 뒤 오늘 오후 6시에 친구들을 목포역에 내려주고 돌아와 연재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폰을 잡고 앉았어요.

몹시 노곤하군요.

여긴 비바람이 몹시 불어요. 독자님들 계신 곳이 안온하기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무안

#개산책

#반려견산책

#반려견

#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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