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작가살이 - 하루살이의 어떤 하루
도시살이를 하며 생긴 것은 ‘열정’이었다. 뭐든지 도전했고 받아들였고 헤쳐 나갔다. 열정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자처하도록 했다. 남들은 마다하는 야근도 도맡아 하게 되었고, 불합리함도 받아들였고,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며 극복해 나갔다. 젊은 날의 어리석은 열정이었다. 나의 20대였던 그 당시, 유행하던 문구가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 젊으니까 아파야만 하는 줄 알았고 젊어 고생은 사서 하는 것이라 배웠다. 그러나 과정만 존재하고 결과가 없는 일도 많았다. 다양한 경험치는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최선을 다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따라온다고 믿었다. 어쩌면 그때는세상 물정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유행의 문구는 바뀌었다. ‘그만하면 충분히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스스로 시대의 흐름을 자각하지 못했기에 계속 치열하게 살았다. 아주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다. 20대를 넘어 30대가 되어서도 열심히만 살았다. 일복은 있었는데 돈복은 없었다. 나쁜 사람들은 그런 나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재능기부처럼 보상 없이 해준 일도 많았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 나를 이용하려는 상대에게 좋은 타깃이 되고 만 것이다. 거절하면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런 날들은 한동안 이어졌다.
어느 날 스스로 깨달았다.
좋은 거절이란 없다는 것을.
모든 게 과했다는 것을.
그때부터는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그 많던 열정의 열기는 급히도 식어버렸다.
어릴 적 보았던 무기력한 어른이 되어갔다. 나는 절대 되지 않겠다던 그 어른의 모습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그 어른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왔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나는 지금, ‘냉정’과 ‘열정’, 그 어딘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