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르멘 Apr 26. 2024

그리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학교가 사라졌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사회를 신뢰한다는 의미, 미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런 믿음, 확신을 갖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EBS '인구 대기획-초저출생'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국가가 출산을 책임지고 지원하고 있고, 모두가 이것에 동의한다'프랑스의 출산지원정책 모토다. 정책입안자들은 이를 프랑스의 '유산'이라고 칭한다.


프랑스는 물론 우리나라와 문화 자체가 다르고, 비혼출산도 출산율과 가족정책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프랑스엔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키워줄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


[손경제]0425 서울여대 정재훈 교수

(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저자)


왜 아이를 키우는 비용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압박비용'이 높다.

경제성장률은 분명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기본비용'도 무상에 가깝게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유보(유치원-어린이집 보육) 통합을 통한 무상보육, 무상 공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다.

그러나 경쟁이 심하다 보니, 내 아이를 '조금 더 잘나게' '조금 더 기죽지 않게' 키우는데 드는 '압박비용'은 더 늘어났다.

영어유치원, 해외유학, 과외비용 등 사교육비는 집값과 함께 절대 잡히지 않는 토끼다.


그래서 인구가 감소해서 무엇이 문제인가.

인구의 감소는, 인구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현재 생산가능인구(15~64세) 4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약 40년 이후엔 일대일로 부양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방의 어떤 마을은 1988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없다. 그 마을엔 노인들만 남고, 노인들이 죽고 나면 마을은 사라진다.

또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병력자원 국방의 문제 발생이 심각해진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생산성을 보기 위해 저출산/저출생률을 장기적으로 고려한다.

그리고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학교들은 사라질 것이다. (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들의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다)


[팩트 체크]


01. 저출생 vs. 저출산


낳을 '産'.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수인 합계출산율이

저출산의 지표가 된다.

우리나라는 2019년 합계출산율 0.92명으로 이미 '세계 유일의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가 됐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결혼한 부부가 1명도 낳지 않는 나라다.

(이 용어는 인구감소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태어날 '生'.

출생률(조출생률)은 인구 1 천명당 그해에 태어나는 아이 수.

올해 2월 조출생률은 4.8명으로 시도별 출생아 수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 증가, 부산 및 대구 등 12개 시도에서는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22년째 저출생 나라다.


02. 진짜 돈 vs. 가짜 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가족복지 공공사회 지출은 30조 253억 원.

아동수당, 출산휴가 지원금, 어린이집 보육료 등이 이 지출에 포함된다.

가족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

OECD 평균은 2.1%다.

OECD 1위인 스웨덴은 합계출산율이 1.7명(2020년 기준). 같은 해 한국(0.8명)의 2배 수준. 스웨덴은 그해 GDP의 3.4%를 가족복지에 썼다.


최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2022년 저출산 대응 예산 총 51조 216억 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주거 지원 예산은

 ‘빌려줬다가 돌려받는’ 융자 지원이다.


누가, 진짜  돈을 쓰는 걸까?

진짜 돈의 가치는 나라마다 다른 걸까?


[상황]


01. 이민자 vs. AI


1.7명을 낳는 서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에는 이민자들의 자녀들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그렇다면 이민자들의 자녀까지 한국인이 낳은 자녀와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자라게 할 준비가 돼있는가.


이민 역사가 오래된 나라도 이민자들과의 갈등은 끊임없이 나온다.


한민족의 문화를 오랫동안 지속해 온 우리나라는 이민에 폐쇄적이다. 이주민이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즉 1명도 낳지 않는 나라다.

저출생저출산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대안은 대규모 이주민 정책이다.


AI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도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 땅은 좁고, 인구밀도가 높으니 적당한 인구감소는 필요하다는 축소사회 담론이다.

AI는 선례가 없다. 인구를 대체할 선례.

출생아들처럼 AI가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가?

어쨌거나  마찬가지로 저출생저출산에 대한 사회적으로 현실적인 합의가 없다면

우리 아이 대신 AI를 키우며 모든 부작용을 먼저 겪어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02. 힘듦 vs. 어려움


2024년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0~7세 영유아를 둔 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시간 조사를 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어머니의 아이 돌봄 비율은 60~80%, 아버지는 10%.

또한,

19~49세 미혼남녀에게 결혼과 자녀계획 의사를 물으니 52%만이 결혼의사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남성이 56%, 여성이 47%로 결혼하려는 의향이 높았다.


이들이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여성들은 일하면서 양육을 하는 것에 대해 '힘듦'을 호소한다.

물리적인 육체노동의 시간이 많고, 출근 후에도 육아와 직장의 신경전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의 보육시간이 절대적이다 보니, 아이는 엄마를 주양육자로 인식한다.

때문에 엄마가 없을 때 아이를 홀로 돌보는 일에 대해 아빠들은 어려움을 갖는다.

또한 가사도 한다고 하는데(과거 우리 아버지랑 비교하면 엄청나게 하는 건데) 아내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핀잔을 받는다.


힘듦과 어려움의 팽팽함. 그 팽팽함 속에 부부도 아이도 행복을 조율하기가 힘들다.

한축으로 기울어진 양육의 저울은 고꾸라지게 돼있다.

엄마와 아빠는 어느 한 명의 주양육자가 아닌  '공동양육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결혼도, 출산도 남녀 공동의 희망사항이 될 수 있다.


[희망]


희망은 보편타당해야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어른들은 모를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을

하지만 금방이라도 알 수 있지 알 수 있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나나나 나나나나

낮도 밤인 것을

노랫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아이들은]이라는 동요다.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요새는 가요보다 동요를 많이 듣는다.


저출산, 저출생의 해법은 쉽지 않다.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 아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결혼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 아이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 모두의 희망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 사이 공통분모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 사람이 미래를 꿈꾸는 나라를 모두가 희망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직장인도 내 동료가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안다.

또한 내가 낳지 않은 누군가의 아이가 나의 미래를 부양해 주는 일원이 된다.


아이를 낳은 직장인도 스스로 사회적 피해자나 희생양이 되는걸 꿈꿔본 적 없다.

내가 낳은 아이가 나의 꿈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아닌 디딤돌이 되어야 내 주변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을 말할 수 있다.


보편타당한 희망이 우리 사회의 유산이 돼야만

저출산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제도와 예산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이전 01화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이 아닙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