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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Jul 08. 2024

사소하게 삶은 시작된다

내일 또봐, 나의 삶


삶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났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것이 바로 삶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자체이기도 하다.

삶은 작은 것. 그러나 모든 위대함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신은 세부적인 것 속에 존재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구본형 지음)_라라크루 일밤지공



"다 잤쪄. 나가고 싶어"

새벽 6시쯤 일어나는 너의 손을 잡고 눈은 반쯤 감은 채  침대에서 내려오며 내 삶은 시작한다.


아침을 준비하는 나의 분주함과 상관없이

 "엄마 나랑 놀아야지. 오늘 나랑 안 놀았쪄" 너의 당당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제 하루 종일 바다에서 조개와 꽃게를 함께 잡으며 논 것은 어제의 삶이니까

오늘 다시  네 손에 이끌려 로봇놀이를 하며 삶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인지한다.


"까르르~ 또 해줘 또!" 조잘대는 너의 수다로 거실이 가득 차고,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 해 사준 뽀로로 소시지의 맛있는 냄새가 거실에 퍼진다.

함께 앉은 식탁에선 "(다녀온) 바다에서 잡은 꽃게들은 집에 잘 돌아갔을까?" 반찬 가짓수보다 많은 너의 순수한 너의 질문들이 차려진다.


그렇게 사소하지만 순수히 삶이 깨어난다.


맞춰진 하루 일정에 따른 시계의 분침은 움직이고,

오늘 나의 업무와 너의 등원 준비물 등 중 빠진 건 없을까 추리해 본다.

이내 찰나의 틈을 잡아 허기를 채우려고 식탁에 둔 단백질바의 껍질을 깐다.

 "나도 나도" 너의 귀여운 눈동자에 넘어가 나의 유일한 식량을 넘겨주고,

절반을 꿀꺽  먹어치운 너의 입가에 묻은 초콜릿 땅콩 부스러기들을 닦아주며 나도 이내 거울을 본다.

그리고 마침내 우르르퉤 너와 함께 양칫물을 헹구며 함께 집을 나선다.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피로 맺어진 절대동맹.

"출동 출동" 외치는 너와 함께 우리는 함께 세상으로 출동한다.


이내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간다.


"엄마랑 헤어지는 게 슬퍼" 하는 너의 말이,

정말 슬프지는 않다는 걸 알기에

나는 웃으며 너를 보낸다.


늘 내가 아쉬워하지 않은 삶의 순간이 있었을까.

긴 하루 끝 허덕이는 심장이 마침내 고요해질 때,  나는 잠든 너의 얼굴을 보며 생각한다.

내 삶이 또 내일 시작됨에 감사하며.

내일 또 사소하지만 순수하게 시작할 기회가 있음을 기억하며.


내일 보자,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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