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Don't you want me like I want you, baby
Don't you need me like I need you now
넌 내가 널 원하는 것처럼 날 원하지 않니, 자기
지금 내가 널 필요로 하는 것처럼 넌 나를 필요로 하지 않니?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
혹시 아직도 이 노래를 모르는 이가 있다면,
나도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건 5살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워왔다며 불러줘서니까.
남편이 요새 아파트 노래가 유행이라고 했을 땐,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윤수일 님의 아파트가 리메이크 됐나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5살짜리가 아파트를 노래노래 하게 됐지?
아파트라는 게임에서 유래된 노래라곤 하지만, 5살 꼬맹이들이 아파트 아파트 노래노래 하니 어쩐지 찜찜..
그런데 이건 비단 5살 아이들만의 노래는 아니다.
MZ 신혼부부의 60%는 아파트에만 산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들이다.
그 말인즉슨 전세든 매매든 아파트가 아니면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
이게 아파트공화국의 현실.
손경제 플러스 3월 20일 자 인터뷰, KB 부동산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의 이야기를 엿들어봤다.
01. 통계 1
강남의 갭투자 비율은 46.3%.
10채 중 4채 이상이 투기적 소요.
그 말인즉슨 반대로, 10채 중 6채는 실수요란 말인데.
소위 ‘상급지 갈아타기’라고 하는데, 40대 초반이 되면 아이들의 초등학교 진입과 함께 강남 진입을 꿈꾼다고 한다.
꿈이라...
예전에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였는데,
요새는 가혹이 아닌가 싶다.
가혹苛酷한 현실 속에서 가장 미혹되기 쉬운 나이.
02. 통계 2
강남 3개 구 외에서 강남으로 유입되는 비중은 62.4%.
강남아파트는 안전자산이라는 집단적 믿음이 지방, 수도권으로부터 모인다는 것.
최근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됐다가 집값이 치솟자 재지정 됐다.
사람들은 이 모든 해프닝을 정부가 강남권을 성장지역으로 공인해 줬다고 받아들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아파트’ 거래허가구역의 다른 말이다.
아파트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이고, 나머지 빌라 등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포의 아파트 가격이 60억을 넘어서면서부터 초양극화의 시대가 시작됐다.
아파트 한 채가 빌딩값이 되어버린 현실.
아파트 시장은 강남만 오르는 일극화 현상이다.
중간층이 사라지고 하나로만 극화되는.
과거에 은퇴자들은 직장을 마치고, 아이들의 교육도 마치면 외곽으로 갔는데 이젠 안 간다.
강남 아파트가 경유지였는데 요샌 종착역이 된 것.
한번 나가면 못 들어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경우도 태어나 대학교까지 서울에서 살았는데, 대학졸업 후 서울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5명 중 1명이 될까 말 까다.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모임 때나 가게 된 서울.
한강 다리를 건너며, 한강이 이렇게 눈부셨던가 싶은 웃픈 현실이다.
고가 자산가들의 투자에 관한 KB부동산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자산 중 아파트에 투자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2020년도에 고자산가들의 자산 선호도 중 아파트가 49%를 차지했는데, 2024년에는 64%로 상승했다.
물론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선호다.
왜 강남아파트가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과수요’지인지 알 수 있는 증거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강남 아파트 수요가 늘어났을까?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부터 줄었는데,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2020년부터 늘어났다.
강남은 집값이 안 떨어질 거라는 믿음이 지방으로부터 영끌하여 ‘상경투자’를 하게 했다.
인구감소의 마지막 피난처를 강남 아파트로 생각한다는 것.
아파트 편식사회.
강남과 비강남의 초양극화.
강남 외 기타라는 일극화.
아파트를 떼창으로 부르고 있는 5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세상엔 무엇이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