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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언덕을 향하여

by 카르멘
자유는 제도로 주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누릴 능력은 문화와 습관에 달려 있다

존 스튜어트 밀 (주 1)



글을 쓸 소재를 고르는 것,

글에 쓸 표현을 선택하는 것,

글을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쓰는 것,

글을 공개할 것 혹은 비공개로 할 것,

글을 프리미엄 구독자 글로 공개할 것, 응원하기 일반 글로 공개할 것,

글을 책으로 쓸 생각을 하는 것,

글을 책으로 물질화시키기까지 도전할 것.


이 모든 것은 '자유'다.


펜을 들고 있는 아니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잡는 개인의 자유.


그러나 그 자유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자유만으로 가능할까?




얼마 전 직장에서 '좌절 모먼트'를 맞이했다.

작년에 선진적으로 도입한 가족친화제도의 사용자들 만족도조사를 실시했고, 개선의견 중 다수의 내용을 정리해 개선방향을 보고서에 올렸다.

주말 사이 결재가 돼 있었고, 뭔가 찝찝했다.


우여곡절을 모두 아는 나로서는, 조용히 결재될 리 없다는 예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


"팀장님, 혹시 그 문서 최종결재권자님으로부터 별말 없으셨나요?"


"있었죠. 뭘 벌써 개선을 하냐며 욕먹고... "


자세한 전후사정을 모두 밝힐 순 없지만, 역시나 내가 통감한 포인트는 하나다.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그 제도를 모두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제도를 도입하는 문서를 결재했다고 해서, 그 제도 사용을 전적으로 결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제도를 바꾸는 데는 1년 정도 걸리지만, 제도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데는

강산이 바뀌는 세월이 필요하다. (혹은 10년 안엔 강산만 바뀔 수도)


내가 또 순진하게 이 진실을 잠시 망각했다.

모두의 생각이 다른 것, 특히나 전혀 다른 경험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 갈리는 것,

게다가 의사결정 권력의 우위가 엄연히 존재할 때 의견의 우위가 파생된다는 것.

그 모두가 진실이다.


"자유는 제도로 주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누릴 능력은 문화와 습관에 달려 있다"는 1806년생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은 200년이 지난 2025년에도 여전히 진실이었다.



그 진실을 상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 역시나 글을 쓴다.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명치끝부터 점화되었으나 꾹 참았다.

날것 그대로의 글도 유의미하고 매력적이나,

내 감정의 해소 외에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 혹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을지 확신이 없었다.

속을 고르고, 말을 고르고, 글을 골라야 한다로 잠정적 결론에 이르렀다.


둘째, 책을 판다.

습관과 문화는 '말'이 아닌 '글'로 더 잘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커뮤니케이션의 90% 이상(주 2) 이기에 그만큼 눈빛, 억양, 자세 등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확률도 90%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뭐 이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솔직히 하려고 했으나 조금 미루던 일이 있었다. 일말의 사건으로 조금 더 동력을 얻었다고나 할까.

귀찮음을 이겨낼 동력을 선사해 준 그 '좌절 모먼트'를 '동력 모먼트'라고 바꿔 부를 수 있겠다.

그래서 뭐 했느냐?

유감스럽게도 거창한 이유에 비해 거창한 행위는 아니다.


바로 '희망도서 신청하기'.

각 시립, 공립 도서관 등에는 '희망도서' 신청 버튼이 달려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민일 경우 31개 시군의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이 가능하다.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내가 해보니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신청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요약해 보겠다.

물론 내 길이 정답은 아니니, 더 많은 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길!


예를 들어 수원시 도서관을 검색하면, 수원시도서관사업소 사이트에 들어간다.

그러면 또 수원시 내 존재하는 구별 도서관 리스트가 뜬다.

아무 도서관이나 하나 골라 들어가면 된다. 그러면 해당도서관 메뉴 중 '희망도서 신청' 버튼을 클릭.


『희망도서 서비스』 란?
수원시도서관에 원하는 자료가 없을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
신청기간 : 2025년 2월 3일 ~ 예산 소진 시      
신청대상 : 수원시 도서관 정회원
신청권수 : 월 1인 2권, 연간 10권
신청방법 : 도서관 또는 서점 중 대출하고 싶은 곳을 선택하여 신청


여기서 확인할 팁이 있다.


* 정회원 vs 준회원

이번에 31개 시군 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하며 알게 됐는데, 도서관별로 '정회원'과 '준회원'의 기준이 다르다.

조금 더 온라인 친화적(?) 도서관들은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후 '온라인 회원증 발급' 등의 버튼을 클릭하면 곧바로 '정회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희망도서 신청도 바로 가능하다.


반면, 도서관 사이트 회원가입 후 정회원이 되려면 신분증이나 등본 등의 구비서류를 들고 도서관에 방문해야만 정회원이 될 수 있는 시군의 도서관들도 많다. 만약 이럴 경우 직접 도서관에 갈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거기서 스탑.

준회원은 희망도서 신청을 할 수없다.

그리고 그 지역 내 주민이어야 정회원이 되는 곳도 있으니 꼭 확인해 볼 것.


때문에 시간을 절약하려면(회원가입 시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므로) 도서관 이용안내나 '회원가입' 버튼을 눌러 '정회원'의 자격을 미리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희망도서 신청기준

해당 도서관내 소장도서가 없거나 희망도서로 신청 중이 아닌 도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수원시 도서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군 도서관들은 소속 지역의 도서관 중 1곳만 동일한 도서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는 도서관이 있고, 없는 도서관도 있어서 솔직히 해봐야 안다.

사실 경기도는 서울의 17배 면적, 31개 시군으로 이뤄져 있어 같은 시 내 도서관 사이에도 거리가 꽤 먼 편인데 이 부분은 좀 아쉽다.


결론적으로 나는 31개 시군 중 직접 방문해야 정회원이 되는 도서관을 제외하고 약 절반 정도 시군 내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이쯤 되면, 저자가 직접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행위가 비윤리적인거 아니냐? 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희망저자가 아닌, 희망독자가 희망도서를 신청해 주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이상도 현실에 비빌 언덕이 있어야 자라나지 않겠나.


첫 출간한 책의 저자로서는 비빌 언덕을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문화는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권력을 가진,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우연히라도 내책이 눈에 띄어 이들의 관점과 시선을 1도라도 바꿀 수 있길 바라는,

희망의 날갯짓 정도로 봐주시길 바라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716618

7월 20일까지 교보문고 보라에서 서평단 모집중이니 관심있는분들은 참여하시면 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aver.me/FTM1eoqe




(주 1) 영국의 철학자, 정치경제학자, 자유주의 사상가로, 현대 자유주의와 공리주의의 핵심 인물.

주요 저서『자유론(On Liberty)』, 『공리주의(Utilitarianism)』,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 『논리학 체계(A System of Logic)』

(주 2) Inference of Attitudes from Nonverbal Communication in Two Channels"

In: Journal of Consulting Psychology, Albert Mehrabian & Susan R. Ferris,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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