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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Mar 02. 2016

파타고니아의 미래를 상상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지난주 학교에 파타고니아 CEO 로즈 마카리오(Rose Marcario)가 다녀갔다. 비영리 및 소셜 임팩트 분야에 관심 있는 MBA 학생들이 모여 있는 Net Impact Club에서 주최하는 SBSI(Sustainable Business and Social Impact) 컨퍼런스의 연사로서 방문했는데, 마침 그녀의 연설 시간에 맞춰 태풍 경보(!)가 발령되는 바람에 한 시간 가량 늦게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대강당의 대부분을 채울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적 기업을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마주치게 되는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약 7억 5천만 달러(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량감 있는 패션회사이다. 패스트 패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슬로우 패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보다 중시하는 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큰 사업규모를 가지고 있다. (1+1 마케팅으로 유명한 TOMS Shoes는 약 3억 7천만 달러, 안경 분야에서 이름값을 날리고 있는 Warby Parker도 아직 약 1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추운 날이 별로 없는 더럼에서 그나마 종종 학생들이 입는 걸 보게 되는 아웃도어 의류 중 하나이기도 하다.  


풍채 좋은 여장부 스타일의 CEO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실 기존에 파타고니아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안한 캐주얼 옷차림을 한 채 H&M, 자라, 유니클로 등 현재 전 세계 패션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을 꼬집었고, 보다 공정하고 환경 친화적인 제작과정을 지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원가 상승 요건을 극복하고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기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패스트패션에 반대하며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집행한 후 역설적으로 매출이 급신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공교롭게 정도를 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슬쩍 넘어가는 여유도 보였다.


연설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다. 한 학생이 '파타고니아의 제품들이 좋은 품질, 친환경(Organic) 제품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가의 파타고니아 제품들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들이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라고 예리하게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로즈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 제품을 사랑해주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가능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솔직히 조금 놀라웠다. 역시 괜히 1조 가까운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한 게 아니다 싶을 만큼 시장경제 논리에 충실한 답변이었다.


기업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이뤄진다. 이윤이 먼저인가? 아니면 사회적 가치(Value)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인가?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수업에서도 단골 주제로 다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적인 답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적어도 파타고니아는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회사이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좀 더 창업자의 미션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는 꽤나 성공적이다. 적지 않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매년 약 16%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온 이 회사는 과연 언제까지 원하는 바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사회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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