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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Nov 17. 2016

세상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웬디 콥의 조언 

MBA 하면 으레 졸업 후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혹은 대기업이나 유망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MBA 재학생들 중에서도 색다른 길을 꿈꾸는 마이너(?)들이 있는데, 다름 아닌 사회적 기업(혹은 기업가 정신)을 세부 전공으로 삼고 있는 학생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모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터라, 경영대학원들도 사회적 기업에 보다 집중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듀크도 세부 전공 중 하나로 사회적 기업가정신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전체 정원의 약 3-5% 정도가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그룹에 속하는 것 같다.


Duke의 CASE(The Center for the Advancement of Social Entrepreneurship) - caseatduke.org 


사회적 기업을 다룰 때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사례 중 하나가 미국의 Teach For America(TFA)이다. (지난 학기에 수강한 사회적 기업가정신 강의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로 유명한 그라민 은행 바로 다음으로 다룬 케이스가 이 TFA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례이지만 그래도 생소한 이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TFA는 프린스턴 재학생인 웬디 콥(Wendy Kopp)이 1989년 본인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며 생각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작한, 기본적으로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2년간 공립학교에 파견하여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컨셉의 프로그램이다. 효과성에 대한 논란을 뒤로하고 TFA는 지난 30여 년 간 성공적으로 미국 교육 현장에 자리 잡았고, 유럽, 남미, 중국 등 미국 이외 약 40여 개 국가에 Teach For All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모델이 전파되고 있다.



TFA의 확장판인 Teach For All - teachforall.org


마침 TFA의 창립자이자 CEO인 웬디 콥이 학교에서 온다는 게시판 공지를 보고 평소엔 잘 안 가는 학교 중심부 Penn Pavilion까지 가서 그녀의 짤막한 강연을 듣고 왔다. 지속적으로 TFA에 참여하는 학부생이 많은 학교들 중 하나라서 그런지 학부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꽤 많이 찾았고, 옛 상관(?)을 응원차 온 듯한 TFA 출신의 대학원생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강연 내용 자체는 TFA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였는데, 본인이 직접 설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더 호소력이 느껴졌다. (본인의 학부 논문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강연 제목인 ‘어떻게 한 편의 논문이 글로벌 사회적 기업으로 변했는가'에 가히 걸맞은 사진이었다. 역시 될성부른 떡잎은...)



Start Early.
Get into the arena.
Embrace the long game.
Be locally rooted and globally informed.


핵심은 후반부에 있었다. 그녀는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되도록 빨리 시작하길 주문했다. (이 점은 아쇼카의 Youth Venture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발견했다면 좌고우면 하지 말고 먼저 행동에 옮길 것을 권했으며,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인지하고 여유를 가지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두가 듣고 나면 끄덕일 수 있는, 비단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키워가는 과정 모두에 적용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세상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는 조언에 적잖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음성 한마디 한마디가 기본적으로 세상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믿음을 밑바탕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해결책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비록 너무 복잡해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고쳐나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필요한 시절이라서였을까.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갖가지 난관을 뒤로하고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의 아우라를 멀리서나마 느낄 수 있어 아주 잠시나마 기분 좋았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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