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2007년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칩 히쓰(chip heath)가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 ledge)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 말은 아는 것이 많아지고, 정보가 많은 전문가일수록 일반 사람들에게 그 분야를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고, 한 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이다. 출처 : 충청신문
브런치북 작업을 하면서 나에게는 당연한 개념이 대중에게는 생소하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 충격이었다. 이것도 처음이라니? 저것도 들어본 적 없다니? 그만큼 내가 갇혀있는 우물의 깊이에 대해 절실히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알고보니 대중이 한의학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대중에 대해 무지한 거였다. 한의학이라는 분야는 특히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일들이 많은데도, '어차피 말해 줘도 모르니까' 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 많이 반성했다. 어찌어찌 글을 마무리한 지금도 내가 잘 설명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한의학은 어렵다. 모든 것을 딱 잘라서 설명할 수 없기에 그렇다. (마치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렇듯이.) 그러나 이제는 가만히 놔둘 순 없다. 대중과 한의학 사이의 간극을. 한의사도 설명을 포기하고 환자도 이해를 포기하면서 점점 더 멀어지는 둘 사이의 거리를. 어차피 복잡하니 서로 묻고 따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비무장지대를.
이제는 그 척박한 틈을 메우고 빈 공간을 잘 가꾸어 갈 때다. 나는 모종삽으로 넓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한의학에 대한 온갖 판타지적 상상과 막연한 오해 대신, 굳건한 신뢰와 깊은 이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