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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Oct 23. 2021

[에필로그] 한 걸음 더 가까운 한의사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2007년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칩 히쓰(chip heath)가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 ledge)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 말은 아는 것이 많아지고, 정보가 많은 전문가일수록 일반 사람들에게 그 분야를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고, 한 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이다. 출처 : 충청신문


브런치북 작업을 하면서 나에게는 당연한 개념이 대중에게는 생소하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 충격이었다. 이것도 처음이라니? 저것도 들어본 적 없다니? 그만큼 내가 갇혀있는 우물의 깊이에 대해 절실히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알고보니 대중이 한의학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대중에 대해 무지한 거였다. 한의학이라는 분야는 특히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일들이 많은데도, '어차피 말해 줘도 모르니까' 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 많이 반성했다. 어찌어찌 글을 마무리한 지금도 내가 잘 설명했는지는 모르겠다.

출처 : TTimes 김성은 기자

물론 한의학은 어렵다. 모든 것을 딱 잘라서 설명할 수 없기에 그렇다. (마치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렇듯이.) 그러나 이제는 가만히 놔둘 순 없다. 대중과 한의학 사이의 간극을. 한의사도 설명을 포기하고 환자도 이해를 포기하면서 점점 더 멀어지는 둘 사이의 거리를. 어차피 복잡하니 서로 묻고 따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비무장지대를.


이제는 그 척박한 틈을 메우고 빈 공간을 잘 가꾸어 갈 때다. 나는 모종삽으로 넓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한의학에 대한 온갖 판타지적 상상과 막연한 오해 대신, 굳건한 신뢰와 깊은 이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도, 그 지식을 일반인들의 눈높이로 잘 설명해내는 것도. 아마 평생의 과업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들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고, 과학의 언어로 연구를 계속하고, 사람들과의 간극을 메우려 다가갈 것이다. 비록 미약할지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해나가고 싶다. 진료를 통해서도, 글을 통해서도.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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