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진돗개 산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저 하늘나라로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아직도 산이가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꼬리 치는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지난 5월, 늘 그랬듯이 아침 7시 남편은 산이와 달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왔는데, 갑자기 산이가 토하기 시작했답니다. 사나흘 지나도록 계속 먹기만 하면 토하고 기운을 못 차린다고 해서 영광 읍내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혈액검사, 영상검사까지 다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데도 계속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원장님말씀이 아무래도 농약중독 같다고.
저는 그때 친정부모님 때문에 평창에 있었는데 산이가 아프다는 말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에 반려견 키우는 분들의 말씀이 북엇국 끓여서 먹이면 좋다고 해서 마트에서 황태채 가득 사서 새벽에 고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요.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ᆢ현경아, ᆢ우리 산이 갔어 ᆢ"
남편은 산이가 며칠 입원해도 별 차도 없자 홀로 병원에 남겨진 게 마음이 아파서 집으로 데리고 왔답니다. 새벽 4시 걱정돼서 내려가보니 산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어서 남편이 안고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제야 거친 숨을 가라앉히며 그만 남편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었답니다.
'아, 산아, 너무 미안해'
'엄마 아빠가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정말 미안해'
잘 가라는 인사도 보냈는데ᆢ
우리 부부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도 못 했는데ᆢ
저는 도저히 운전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렇게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산이와 달이는 남편이 귀농한 작년 10월에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산이는 이름처럼 늠름하고 의젓하며 정이 깊었어요. 달이는 발랄하고 샘이 많았고요. 하지만 동물을 무서워하는 저는 갓 태어난 어린 산이, 달이 조차도안아주지도 못하고, 밥도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근처에서 바라보고 이름만 불러주었답니다.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아낌없는 행복을 주고 간 산이. 여전히 산이가 떠나간빈자리가 저와 남편, 그리고 홀로 남겨진 달이에게는 너무 컸습니다.
산이를 떠나보낸 후 달이의 거처를 옮겼습니다. 달이가 힘들까 봐 수시로 살펴보기 위해서 다육하우스 안으로 들어왔어요.같이 있으니까 달이도 좋은가 봅니다. 저도 달이 마저 똑같은 후회와 상실감을 겪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고 연습했습니다.지금은 우리 달이에게 가까이 가고, 만지고, 쓰다듬어 주고, 간식도 줍니다. 진작에 이렇게 노력했더라면ᆢ하고 산이에게 못해준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농약 때문에 산책하는 일이 두려운 남편은 시간을 더 내어서 저녁산책은 인근 장자산으로 다녀옵니다. 꼬박 한 시간 넘게 걸리는데요.그래도 달이가 맘 놓고 다닐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산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바라보고 , 이름을 불러주고, 믿어주고, 정을 나누는 순간부터 우린 가족이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