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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Sep 12. 2022

농부의 아내로 산다는 건


좋아한다면 그게 사람이든 취미든 일이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건 그 대상에게 예의를 지킨다는 거다.

무작정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보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주고 공부하며 알아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처음부터 위대한 일도 없다.

한 줌, 모래알 하나같이 작고 사소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다.




남편이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정말 몰랐다.

다육식물을 가꾸고 공부하다 말겠거니 했는데, 회사까지 그만두고 작정하며 달려들 땐 남편이 아니라 웬수같았다.


귀농사업계획부터 하우스 설계까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게 안쓰러웠지만 나 또한 직장을 다니고 살림을 해야 하니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  땅을 일구고 구조를 디자인하며 시작한 다육 하우스가 제법 든든하게 세워졌다. 이번 태풍 힌남노에도 거뜬하게 버텼다.

내부 전기, 풍향, 바닥, 하수, 스마트팜 시설들이 두루두루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 서울에서 그동안 키워온 다육식물들이 살아갈 밭과 터를 손수 만들고 있는 중이다


워낙 성격이 꼼꼼하고 손길이 야무진 사람이라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혼자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버스에서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다 울컥했다.

100년 만에 우리에게 다가온 크고 밝은 달이 뜨면 이렇게 빌겠다.

남편의 건강도 하우스처럼 잘 지켜주어서 끝까지 다육식물과 정원들을 책임질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래야 진정 좋아한다 할 수 있을 테니.


그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난, 얼만큼 더 공부하고 더 써야 이 일에 책임질수 있다고 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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