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매뉴얼
저희 하우스 뒤란에 핀 꽃입니다. 저는 당연히 유채꽃인 줄 알고 남편에게 물었지요. "우와, 우리 밭에 유채꽃이 피었네요. 보기 좋은데 더 많이 심지 왜 요것밖에 안 심었어요? 남편이 웃으며 "갓꽃 처음 보니? 갓김치 담글 때 쓰는 그 갓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사실 전문가가 아니면 갓꽃인지 유채꽃인지 구별하기는 어렵고요. 잎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답니다. 갓꽃이 이렇게 예쁜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갓에 대해 두 번째 놀란 사실은요, 이른 봄에 자란 부드러운 어린 갓은 나물로 무쳐먹는다고 해요. 워낙 갓김치를 좋아해서 여수 갓김치를 인터넷 주문으로 자주 사 먹었는데 나물처럼 무친다니. 진짜인지 아닌지 바로 검색해 보았어요. TV프로그램 수미네 반찬, 보현 스님 유튜브 등 '갓나물 무침 만드는 법'이 엄청 많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만들어 봤는데, 시금치나물 무치듯 데치고 헹구고 양념하면 끝! 정말 쉬웠어요. 매체에서는 다들 향이 좋다고 하는데요. 나물 한 젓가락 먹자마자 겨자 한 숟가락 먹는 듯 눈이 매워지고 코가 뻥 뚫리는 줄 알았어요. 뜨거운 물에 데쳤는데도 그 잔향은 여전했습니다.
갓꽃의 꽃말이 '무관심'이라는데 마치 그에 대한 복수라도 하 듯.
세상의 어떤 식물도 꽃을 피우지 않고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하지요. 모든 꽃이 다르게 생겼고, 결도 빛도 내음도 숨도 다를 뿐입니다. 유채꽃이랑 갓꽃이 어떻게 다른가 하고 어렵게 구분할 필요는 없지요. 어느 봄날 길가를 걷다가 또는 밭고랑 사이에 노란 꽃이 피었을 때 "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피어서 더 아름답다" " 와~꽃향기가 너무 좋구나.” 하고 알아보면 되는 거죠.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보고 느끼고 향기 맡을 수 있는 거니까 바로 그 순간을 느끼면 되지요. 그리고 그 노란 봄꽃이 벌나비한테 풀벌레한테 새한테 그리고 우리한테 어떤 고마움을 베푸는지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고 했다는데요.
봄에는 그저 지켜보기로 해요. 그냥 바라보기로 해요. 서두르지 말고 늘 마주하며 함께 말이에요
갓꽃을 이야기하다 보니 MZ 세대의 유행어인 '갓생'이 떠오릅니다.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지요.
벌써 4월인데요. 올 한 해도 4분의 1이 지나갔네요. 저도 흐지부지,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더라고요. 무언가 이룬 것도 없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차곡차곡 나이만 먹었지요.
작년 2022를 뜨겁게 달군 한마디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지요. 저도 이참에 '갓생'한번 시작해 볼까요? 갓처럼 화끈하고 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