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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10. 2018

모차르트 거리의 프레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포토 투게더, 오케이?”

  프레첼을 먹던 중이었다. 

  회사 연수로 가게 된 오스트리아였다. 처음 경험하는 단체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음식이었다.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을 살 수가 없었다. 살 시간을 주지 않았으니깐. 두 번째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거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다가도 툭하면 옆 골목으로 빠지는 사람에게 목표만을 향해 직진하라니. 사박 오일 일정의 삼일 째가 되던 날, 나는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게트라이드 가세에 갔다.

  전날은 미라벨 정원 Mirabell garten에서 다리를 건너, 모차르트의 생가를 보는 일정이었다. 그러던 중 게트라이드 가세의 광장을 스쳐 지나갔었다. 옹기종기 모여선 녹색 차양의 노점상들을 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녹색이 어른거렸다. 숙소에서 오 분이면 갈 수 있을 거리였고, 집합 시간은 한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얼른 갔다 와야지. 후다닥 옷을 갈아입었다. 샤워도 하지 않아 떡이 진 머리를 질끈 묶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간판 거리로 향했다.

  게트라이드 가세 Getreide Strasse, 간판거리라 불린다.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 쪽에 위치한 이 거리는 예전에 수공예로 유명세를 떨치던 곳이었다. 장인들은 자신의 가게에 달리는 간판에도 공을 들였다.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때였다. 사람들은 간판에 글자 대신 갖가지 그림으로 가게의 특성을 드러내었다. 그 덕에 이 거리는 아름다운 간판으로 치장되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간판을 규제하고 있다. 간판은 무조건 1층에만 설치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전문가 또는 장인이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간판거리로 이어지는 광장에는 종종 시장이 열린다. 사람들이 직접 만든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팔기도 하고, 핫도그며 프레첼 등 간단한 음식을 팔기도 한다. 

  봉에 멋들어지게 끼워져 있던, 그 먹음직스러운 프레첼이라니. 흘깃 보았을 때부터 결심했었다. 반드시 먹고 말리라. 간판거리에 도착하자마자 프레첼을 하나 사 덥석, 베어 물었다. 프레첼을 먹으며 광장 한가운데 섰다. 서늘한 공기가 기분 좋게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제는 춥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던 날씨가, 다르게 느껴졌다.

  깊이 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누군가 내 앞에 섰다. 붉은 곱슬머리 소녀가 내게 카메라를 내밀어 보였다. 사진을 찍어 달라는 건가 싶어 받아 들었다. 하지만 소녀는 손을 내저었다.

  “노. 노. 투게더. 포토 투게더. 오케이?”

  “투게더? 나랑 같이 찍자고?”

  얼떨떨했다. 좋게 말해 편한,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막 자다 일어난 모습이었는데 왜 같이 찍자는 거지.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소녀는 내 옆에 붙어 서 카메라를 위로 뻗었다. 셀카 모드로 돌아간 카메라 액정에 나와 소녀가 나란히 비쳤다. 소녀가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찰칵. 얼결에 함께 찍었다.

  “와이 투게더?”

  내 질문에 소녀는 활짝 웃으며, 손에 든 것을 내보였다.

  “프레첼!”

  소녀의 손에는 내가 산 것과 꼭 같은, 노릇노릇 갈색의 프레첼이 들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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