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Nov 07. 2018

모든 것이 있는 곳, 통로

태국, 방콕


















  통로에 오고 나서 알았다. 

  이곳은 방콕의 ‘핫 플레이스’라 불리고 있다는 걸. 


  통로 이야기첫 번째

  역에서 제이에비뉴 J Avenue 가 있는 소이 15까지 천천히 걸어서 살펴봤다. 역을 나서면 도로 옆에 선 오토바이 택시, 랍짱 운전사들이 말을 건다. 히어, 택시, 컴온.

  쏘이 Soi. 태국어로 골목이란 뜻이다. 처음에 이 말의 뜻을 몰랐을 때는 소이라는 지역이 따로 있는 건가 싶었다. 방콕을 사랑한다는 이른바 방콕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이라는 단어는 그만큼 많이 언급된다. 수쿰빗과 통로 지역을 이야기할 때 특히 그렇다.  

  골목이 살아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도로변에는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저녁 즈음이 되면 가게 앞에 노점상들이 문을 연다. 가게에서 바깥에 테이블을 꺼내어 본격적으로 펼치는 것도 이때부터다. 음식점과 노점상들의 영역이 골목과 골목 사이를 경계로 은근히 구분이 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통로의 노점상에서는 웬만한 태국 전통 음식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노란 망고를 척척 깎아 연유를 뿌려주는 망고 밥, 주문하면 즉석에서 빠르게 볶아주는 팟타이, 코코넛 맛 진하게 느껴지는 똠양꿍까지. 골목에 놓인 의자에 앉아 후루룩 먹다 보면 내가 방콕에 와 있구나, 생생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 위로 쭉 올라가면 제이엔비뉴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골목 노점상들과는 약간 다른 음식들을 판다. 어레인지 된 전통 음식과 데코레이션까지 신경 쓴 음식들이다. 외국 음식들도 이들의 몫이다. 똠양꿍 피자, 스파게티와 케이크, 룽거 음료수와 핸드드립 커피들. 제이엔비뉴의 맥도널드에서는 모닝 메뉴로 태국식 고기 덮밥을 팔고 있었고, 한쪽에는 각종 향신료가 놓여 있었다.


  통로이 이야기두 번째

  통로 쏘이 13 거리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쪽에서는 애프터 유, 미스터 오퍼나지 등 맛있는 케이크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씬 스페이스 Seen Space 13 바깥으로 넓은 자리를 가진 칵테일 바는 오후 일곱 시쯤이 되면 흥겨운 빛을 띤다.

  이 골목을 돌아다니다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허름한 신당 아래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고양이와 잠시 눈을 마주치고 있자, 누군가 내 등 뒤로 다가왔다. 고양이 밥그릇을 든 여자다. 여자는 내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유어 캣.

  노. 캣 이즈 프리.

  잠깐 시선이 오고 가고 나와 여자는 웃었다. 같은 것을 좋아하면 잠깐 마주친 사이라도 마주 웃을 수 있다. 

where it's all happening. 

  통로는 핫 플레이스의 본래 뜻이 무척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그 수많은 골목들. 이런 곳에 가게가 있을까 한 곳에 숨어있던 식당들. 불쑥 튀어나와 목마른 자를 유혹했던 노점상. 

  나는 다시 통로를 찾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




이전 08화 없는 게 없는, 야시장 탐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