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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31. 2018

없는 게 없는, 야시장 탐험기

중국, 베이징














  “서로 골라주는 거 먹는 거다. 못 먹으면 지는 거.”

  “오케이. 콜.”

  베이징 왕푸징의 야시장에 들어서는 나와 친구는 더없이 비장했다.

  베이징에는 곳곳에 야시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왕푸징의 야시장이다. 없는 것이 없다는 곳. 야시장은 왕푸징 거리 Wangfujing Street의 낮과 밤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첫 중국 여행이었다. 나와 친구는 내기를 했다. 야시장에서 서로 하나씩 음식을 골라주기로. 골라준 걸 못 먹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벌칙도 정했다. 중국에서 머무는 동안, 길거리 한 곳에서 춤추기였다. 나와 친구는 둘 다 지독한 몸치였고, 그렇기에 더욱더 내기에 지지 않으리라 결심한 터였다. 나는 사람으로 벅적이는 야시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점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맛있겠는데?”

  그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야시장 어디에서고 보이는 건 맛밤이었다. 커다란 맛밤을 봉지에 푹푹 퍼 주는 모습이라니. 일단 한 봉지를 샀다. 구운 만두가 내뿜는 냄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야시장을 한 블록 돌기도 전에 봉지 서너 개가 손에 들렸다. 

왕푸징의 야시장은 길이 좁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양 옆에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 있었다. 골목 위로 설치된 아치형의 장식물에서 드리워진 홍등이 불을 밝혔다. 정신없이 가게를 구경하다 고개를 들 때마다, 그 홍등이 이곳은 중국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한 블록을 지나 다음 블록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친구가 인상을 썼다.

  “이게 무슨 냄새야.”

  확실히 무언가, 생소한 냄새가 났다. 옆을 보니 갈색의 튀긴 두부가 있었다. 취두부였다. 두부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삭힌 음식이다. 중국에 오기 전부터 ‘썩은 두부’라 불린다는 걸 알고 있던 터였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꽤 갈리는 음식이라고도 했다. 한국의 청국장이 잘 먹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으로 확 갈리듯이 말이다. 

  슬슬 내기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취두부로 할까? 청국장 못 먹던데. 아니야. 이건 너무 약하지.’

  일단 취두부는 보류. 하지만 한 번 먹어보고 싶었기에 한 컵을 샀다. 친구는 코를 막으며 슬슬 내 옆에서 멀어졌다. 평소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은 청국장이 아니라고, 부르짖는 나였다. 갈색의 취두부쯤, 가뿐히 클리어했다. 취두부는 색이 진할수록 발효가 많이 된 것이라 한다. 내가 먹은 갈색의 취두부는, 취두부의 세계에서는 아기인 셈이다. 

  결국 나와 친구가 서로에게 골라준 것은 불가사리였다. 둘 다 벌레만은 고르지 말자는 합의 끝에 고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취두부로 할 걸 그랬다. 친구는 너무나도 망설임 없이 불가사리를 베어 물었다.

  “어때?”

  “… 내 취향은 아니다.”

  질 수는 없었다. 나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니깐 그건, 오돌토돌한 스펀지를 먹는 기분이었다. 보기만큼 딱딱하지는 않은 게 의외였다. 생각보다는 먹을 만했다.

  그날 밤, 나는 배탈이 났다. 

  내기는 무승부였지만, 어쩐지 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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