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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4. 2018

살고 싶은 마을, 키치죠지

일본, 도쿄












  주인공들의 매력 때문에 안 볼 수 없었던 일드가 있다.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마을입니까? 吉祥寺だけが住みたい街ですか?] 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의 플롯은 단순하다.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자매가, 손님들에게 딱 어울리는 집을 찾아준다는 것. 이 플롯이 성립할 수 있는 이유. 이 자매의 부동산이 키치죠지 吉祥寺 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매년 ‘일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마을’ 랭킹을 메긴다. 이 랭킹에서 늘 3위 안에 드는 곳이 키치죠지다. 그렇기에 ‘키치죠지’에 살게 되면 일이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매는 외친다.

  “그렇다면 키지쵸지에 살 필요는 없겠네!”

  어쩐지 공감되었던 그 대사. 그렇지만 나는 여행자니깐요. 키지쵸지에서 놀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 속 안도 나츠를 향해 중얼거려 보았다.

  키치죠지에는 모든 것이 있다. 정리 잘 된 아케이트 상점가 안에는 고서점과 막 구워낸 빵집이 있다. 사토우  정육점 앞에는 유명한 멘치카츠 メンチカツ 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곤 한다.

  상점가를 지나 골목을 몇 개 지나쳐, 아이사츠 로드로 들어선다. 이곳은 주택가와 상점가가 어울러진 곳으로 개성 강한 아트숍과 편집숍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키지쵸지를 느긋이 산보하기 위한 지도가 필요하다, 싶으면 빵집 단디종(Dans Dix ans)에 한번쯤 들려보기를 권한다. 단디종은 컬래버레이션  아트 상품 판매도 함께 하고 있는 작은 빵집이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손그림이 예쁜 ‘키치쵸지 산책 지도’를 배포하곤 한다.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키치죠치는 매력적인 곳이다. 마가렛 호웰 등 브랜드 카페부터 MOI같은 일러스트 카페, 테라스 テラス 처럼 동네 주민들의 다락방 역할을 하는 카페까지. 카페즈키(カフェ好き) 들은 키치죠지 카페 투어만을 목적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이사츠 로드를 빠져나와, 이노카시라 공원 쪽으로 향한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 조금 못 되는 거리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은 키지죠치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는 곳이다. 주말이 되면 프리마켓이 열리고, 마술쇼며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즐거움을 나누어 준다.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갖가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특징이라면 테이크 아웃 가능한 맥주를 함께 파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야키도리 焼き鳥 를 파는 이세야 는 그중에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세야에서 닭꼬치 두어개와 맥주를 사, 공원에 앉아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곤 한다.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자연을 즐기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러니 하모니카 요코초 ハーモニカ横丁 로 갈 수 밖에. 하모니카 요코초는 하모니카 대로 를 중심으로 나카미세 길 仲見世小路, 주오 길 中央小路, 아사히 길 朝日小路, 노렌 길 のれん小路, 쇼와 길 祥和小路 의 작은 골목이 서로 연결된 상점가이다. 골목 술집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스탠딩 바에서 간단한 안주와 맥주로 목을 축이는 사람들부터, 라멘집에 마주 앉아 맥주와 라멘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저녁이 되면 더욱 활발해지는 골목이다.

  혼자 하모니카 요코초에 들린다면, 그리고 빵맥을 좋아한다면 노부(NOBU)를 추천한다. 1층은 빵집, 2층은 카페로 운영되는 곳이다. 종일 빵 뷔페를 제공하며 병맥주를 판매한다.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키치죠치만이 살고 싶은 동네라면, 글쎄요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한 번쯤, 길게 지낸다면 매력적인 곳임은 틀림없구나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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