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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28. 2018

작정하고 떠난 먹부림 여행

홍콩 & 마카오











  





  홍콩과는 다른 중국 요리를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 하지만 아니었어. 제대로 된 요리인은 한 명도 없었어…, 혁명으로 진짜 중국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계층이 소멸되어 버렸기 때문이지. 그래서 뛰어난 요리인은 전부 홍콩이나 대만으로 가버린 거야. 

 - 『미식 예찬 中. 에비사와 야스히로 作』


  홍콩의 야경은 내 마음을 빼앗지 못했다. 그래도 누군가 내게 홍콩에 다시 가겠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예스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고? 오리 망고 꽃빵이 맛있었으니깐.

  중국에서 먹었던 북경 오리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홍콩에서 한 번 더, 오리고기에 도전했던 건 친구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었다. 꼭, 꼭 먹고 와야 해. ‘꼭’을 두 번이나 붙였는데 모른 척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모른 척하지 않기를 잘했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꽃빵. 꿀이 발라진 오리고기. 그리고 고기와 고기 사이에 끼워져 있는 망고 조림. 이게 무언가 싶은 조합이었다. 어떻게 먹는 걸까 싶어 망설이는데, 요리사 한 분이 나와 내 옆에 섰다. 요리사는 꽃빵을 반으로 가르더니 오리고기와 망고 조림을 가운데에 끼워 내게 주었다. 나는 절반쯤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오리와 망고. 그 둘이 그토록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오리 망고 꽃빵’ 은 광둥요리를 어레인지 한 것이라 했다. 

  홍콩은 중국의 광둥 廣東 지역 남쪽에 가깝다. 홍콩에서 쓰이는 언어도 광둥어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광동 지역의 요리는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간이 심심하고, 기름을 적게 쓰는 편이다. 중국의 4대 요리 중 서양의 조리법이 가장 많이 가미된 요리이기도 한데, 이는 광둥 지역이 16세기부터 스페인, 포르투갈 등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도 광둥 지역은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옷을 사고, 요리는 광둥 가서 먹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미식의 천국’이라 불리며 전 세계 레스토랑의 집결지가 된 홍콩이지만, 그중에서도 광둥요리 전문점은 단연 그 수가 많다. 수준도 높다. 수많은 광둥요리 전문점들이 미슐랭 Michelin의 별을 달고 있다. 

  홍콩에서 한 시간쯤,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마카오에서는 색다른 광둥요리를 만날 수 있다. 마카오는 1999년까지 약 450여 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그렇기에 중국 요리에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조리법이 더해진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매캐니즈 푸드 Macanese food’ 다. 소시지와 쌀밥을 구워, 그 아래 오리고기를 채워 넣은 덕 라이스 Baked Duck Rice, 토마토퓌레에 다양한 해물을 넣고 푹 끓인 해물밥 (마르스 쿠 Arroz de Marisco) 등이다. 거기에 바닐라 크림과 크래커 가루를 겹겹이 쌓아 만든 포르투갈의 케이크 세라 두나 Serrdura를 먹으면 디저트까지 풀코스다. 

  마카오를 설렁설렁 걸어 다니다 보면 작은 섬에 식당이 여기저기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마카오 사람들은 옷보다는 집, 집보다는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홍콩에서 마카오로 이어지는 여행에서 입이 쉴 수가 있겠는가.

  참, 『미식 예찬』 의 저 구절은 어디까지나 1970년대의 상황이니 오해는 마시기를. 중국의 광동 요리도 뛰어나다. 상하이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도 광둥요리 전문점이었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가진 ‘미식의 천국’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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