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강센느 Mar 18. 2024

나는 이미 행복의 기준을 초과달성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저도 한때는 꽤나 큰 야망이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자산가가 돼서 죽기 전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음식도 많이 먹고, 좋은 옷도 많이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야망이 없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저렇게 살면 무슨 의미일까"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요즘엔 외려 제가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치관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혼하고 아기가 생긴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이 생기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유로 예전에는 행복의 1순위가 '성공'이었다면 이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후순위로 밀린 성공은 자연스럽게 1순위인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즉, 예전엔 자아실현을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 성공을 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그저 성공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성공을 위해서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사실 그 성공의 기준도 참 모호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인 것인지, 돈은 얼마나 벌어야 하는 것인지. 저는 막연히 성공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성실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 스스로를 부단히 괴롭혔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타고난 모자람을 조금이나마 커버하면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쫓기는 삶을 살아온 것이 과연 얼마나 제 삶에 이롭게 작용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가지 또 고백하자면, 주말에도 마냥 쉬는 것을 용납 못했던 저였기에 아기와 함께 놀아주느라 자기계발은 뒷전이 되어버린 뒤에는 불안감을 종종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남들보다 점점 더 뒤처지면 어떡하지?", "아 이런 식으로 남들처럼 점차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거구나"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요즘에도 그런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매일 새벽에 책을 읽고 글 쓰는 루틴을 만든 것도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글 하나가 이런 제 불안감을 꽤나 많이 해소해 주었습니다.


어느 미국인 사업가가 코스타리카의 작은 어촌에서 부두에 계류된 작은 보트를 발견했다. 어부 한 명이 타고 있던 그 보트 안에는 커다란 청다랑어 여러 마리가 들어 있었다. 미국인은 티코Tico(코스타리카인 남자)의 청다랑어를 칭찬하며 포획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물었다. 티코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지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미국인은 왜 시간을 더 들여 더 많은 청다랑어를 포획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티코는 “내 가족이 당장 먹을 정도의 양이면 충분하지요”라고 답했다. 미국인은 이어, 그럼 남은 시간에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티코는 “늦잠 자고 일어나 고기잡이를 좀 하고, 아이와 놀고, 아내 마리아와 함께 낮잠을 자고, 매일 밤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치지요. 매일 할 일이 많아서 바빠요”라고 답했다. 미국인이 비웃고는 말했다. “나는 월스트리트의 기업 대표요. 당신을 도와주지. 더 오래 고기잡이를 해서 큰 보트를 사고, 인터넷으로 홍보할 수도 있소. 성장 계획을 세우면 더 많은 돈을 벌어 새 보트를 몇 척이나 살 수 있소. 어쩌면 함대를 이룰 만큼 어선을 많이 소유할 수도 있지. 생선을 중간업자에 팔 게 아니라 직접 가공업자에게 팔 수도 있고. 머지않아 당신 소유의 가공 공장이 생길 수도 있고 말이네. 상품을 관리하고 가공하고 유통시킬 수 있지. 이 작은 어촌을 떠나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로 가서 사업이 성공하면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으로도 갈 수 있어. 어획부터 판매까지 통합해 확대된 기업의 일감을 제3자에게 아웃소싱할 수도 있고 말이야.”

어부는 “그러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 하고 되물었다. “15년에서 20년은 걸리네”라고 미국인이 답하자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미국인은 웃으며 “그게 핵심이야. 때가 되면 상장해서 기업의 주식을 팔면 당신은 부자가 되는 거지.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어”라고 답했다. “아, 수백만 달러요. 그럼 그다음에는 뭘 하죠?” 어부의 대꾸에 미국인은 이렇게 답했다. “은퇴해서 경치 좋은 작은 어촌에 내려와 늦잠도 자고, 고기잡이를 좀 하고, 아이와 놀고, 아내 마리아와 함께 낮잠을 자고, 매일 밤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웃들과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칠 수 있잖아.”

<천년의 독서>, 미사고 요시아키 저


이 글을 읽고 나서 왠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저는 이미 코스타리카의 어부처럼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직장 생활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이따금 있지만 그래도 퇴근하면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저를 반겨주고, 매일 따듯한 밥을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며, 주말에는 종종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 행복한 추억도 쌓을 수 있습니다. 이쯤 생각이 닿으니 저는 이미 행복의 기준을 초과 달성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저는 이미 행복합니다. 행복은 '언젠가', '10년 뒤에는'과 같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오늘'과 같은 현재의 말들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저는 오늘도 내일도 코스타리카의 어부와 같은 마음으로 현재에 쥐고 있는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제임스 오펜하임-


이전 06화 내가 새벽에 책을 읽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