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에 책을 읽고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전날에 잠자리에 늦게 든 날에는 새벽 일찍 몸을 일으켜는 게 곤욕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한 달이 넘게 책을 읽고 글을 썼음에도 생각보다 삶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번주부터 읽기 시작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이런 저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문장들을 발견했습니다.
삶에서의 경험 하나하나는 자아상을 조정한다. 그렇지만 공을 한 번 찼다고 해서 누구나 스스로를 축구하는 사람으로 여기진 않는다. 그림 한 장 그렸다고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반복해나가면 증거가 서서히 쌓이고, 자아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떤 정체성에 대한 증거가 쌓여갈수록 그 정체성은 더욱 강화된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나 자신이 ‘글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선생님들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그분들 역시 내 글솜씨가 평균 수준이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을 시작하고 처음 몇 년간 나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꼬박꼬박 새로운 글을 올렸다. 증거가 쌓여가자 나는 스스로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처음부터 스스로 ‘글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습관을 통해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들 예컨대,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하거나 결혼을 하는 등의 임팩트 있는 이벤트로 인해 정체성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이벤트 또한 나의 습관(매일 3시간씩 공부하는 습관 덕분에 대학에 합격했다, 연애할 때 나의 어떤 습관들이 미래의 배우자에게 어필됐다)의 결괏값일 뿐입니다.
우리는 결과들로 우리의 정체성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정체성을 관장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입니다. 생각이 이쯤 닿으니 <새벽 작가 되기 프로젝트>가 무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아직 결과가 없을 뿐 이 과정을 통해서 제 정체성이 조금씩 '글 쓰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새벽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는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떤 습관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 글쓰기를 시작한 뒤로 새벽에 나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저녁에는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가 생겨서 괜히 저녁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시간도 새벽만큼이나 제 정체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조만간 <나는 매일 퇴근 후 헬스 트레이너가 된다>, <나는 매일 퇴근 후 영어 원어민이 된다>와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헬스 트레이너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영어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정체성을 꿈꾸면서 습관을 만든다면 언젠가 그 목표치의 절반만 되어도 어디서 명함을 내밀 수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습관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