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퍼센트 팀 매거진 발행
변화는 어려운 것
나는 그냥 연구실에서 학문하던 석사과정 학생이었다.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다 에잇퍼센트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지금도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나 서비스는 어렵고 하다못해 용어나 표현조차도 모르겠다. 일한 지 9개월이 넘어가는 마당에 업계는 여전히 문외한이다. 유명 회사 동향을 물어보면 그저 부끄럽다. 변화는 정말 어렵다. 나도 어려운데 세상이 변하는 건 얼마나 더 어려울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술이 발전한다
예전엔 ‘좋은 기술이 있으면 사람들이 쓰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공감을 얻는데 실패한 수많은 기술들이 사장되었다. 포켓몬 GO의 열풍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콘텐츠가 없는 증강현실(AR)만으로는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호성님의 기술 부채, ‘아름다운 쓰레기와 사상누각 사이 어딘가’라는 부제에도 잘 드러난다. 공감을 잃은 것은 아름다운 쓰레기, 기술을 잃은 것은 사상누각이겠다. 공감과 기술, 어느 한쪽이 잠깐 우세할 수는 있겠지만 차이가 크다면 공허해질 뿐이다.
글을 써보자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대상이 꼭 일이 아니어도 좋다. 소소한 감정이나 취미 등 다양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글을 쓰기 위해 정리를 하다 보면 Simon Sinek 의 질문처럼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느끼는 감정이나 하고 있는 일이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공감할 수 없다면 당연히 아무도 공감할 수 없다. 생각의 밑바닥까지 들어가서 정리하고, 충분하다고 느낄 때 글을 발행(공개)하게 된다. 친구나 동료, 고객이나 투자자가 독자가 될 수 있다.
글쓰기의 매력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불특정 다수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말하기보다 개성을 더욱 진하게 내면서도 독자의 집중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독자에게는 듣기보다 읽기가 능동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어 보자. 최근에 발행된 에잇퍼센트 개발 면접문제를 풀어보자는 난해한 개발 문제를 푸는 이야기이다. 이 문제는 개발자들이 면접 전 며칠 동안 풀게 되는 take-home problem set 문제 중 하나인데, 비전공/무경력인 나에게는 아무런 개발 지식 없이 수리/논리적 사고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여서 좋았다.
문제는 정말 난해했다. 넘어도 넘어도 거대한 장벽이 나타나는 느낌, 결국 끝까지 넘으면서야 비로소 문제를 이해하게 되었던 때의 흥미로움, 그리고 '도대체 이 문제는 어디까지 계산하고 설계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공유하고 싶었다. 아무도 코드 리뷰를 해주지 않았다. 보통은 내가 풀었다는 것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평생 문과였던 문과생이 작성한 허술해 보이는 코드를 잠잘 시간도 아까운 개발자들이 리뷰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글을 쓰고 나서 회사 분들의 적극적인 공유 덕에 Facebook(Smart Developer Association, IT&Tech 트렌드 코리아), Twitter, 카카오스토리에 300회 이상 공유되었다. Github 에서 직접 풀어서 코드를 공유해주신 분들도 있고 굉장한 개발자 분들의 피드백과 리뷰를 직간접적으로 받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에잇퍼센트 매거진의 성과
에잇퍼센트는 5월 29일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었다. 현재 직원 7명을 작가로 보유하고 있다. 각자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하며 현재까지 발행한 글은 총 27건. 이 글들이 공유수 1,897, 조회수 37,984를 기록하고 있다. 에잇퍼센트 퍼드림채권에 투자자가 첫 투자를 하면 2000원을 주는데, 조회수 당 대충(?)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4천만 원에 가까운 효과를 얻었다.
유명 마케팅 회사가 에잇퍼센트 매거진에 관심을 보이며 도대체 어느 대행사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냐고 물어왔다. 성과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있겠지만, 돈을 들여서 이런 성과를 얻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재미있는 것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재미있(어하)는 작가 소개
글 쓰는 CTO 이호성님은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작가들을 모아 매거진을 처음 만들어 주셨는데, 현재 매거진에 발행된 글이 14개에 달해 지분 50% 이상인 엄청난 다작을 하신다. 굉장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세이브 원고까지 준비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주장하는 이해원님은 인테리어 글로 브런치 메인, 카카오톡 채널 등에 쉽게(!) 올라가면서 조회수 1등을 기록하고 있다. 취재 요청도 몇 번이나 들어왔다고 한다.
자문자답 논술을 보고 입사하신 회계사 김태경님은 들어오자마자 YouTube 회계 강의로 조회수 1700을 달성! 회계, 재무적 이슈를 주로 발행하신다. 조만간 회계 강의 2탄과 집필 중인 책이 나올 예정이다.
UX 디자이너 최진님은 램프의 요정이라고 자기소개가 되어있지만 사실 브런치의 요정이다. 오랜 기간 브런치 인기 웹툰 작가로 등극하며 구독자수가 1300명을 돌파하였다. 여백이 많은 그림과 쉼표가 많은 문장들이 쉽게, 여성들의 공감, 을 사는 것 같다. 쉼표는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내게는 신선한 문장들이다.
에잇퍼센트 대표 이효진님은 노는 이야기 한 편을 써주셨는데 충격! 그! 자체!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기능이 썩(?)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난무하는 오타들과 이모티콘! 그리고 문장부호(?)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사실 공감을 얻는데 맞춤법이나 형식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뿌 이야기의 주인공 부혜은님은 네이버 블로그를 쓰다가 오늘 브런치 매거진에 합류한 미녀 개발자! 입사 전엔 인기가 포항의 하늘을 찔렀으나 최근엔 일이 바쁜 관계로 새로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마무리는 항상 귀엽게,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