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해설자님에게서 느낀 매력적인 말하기 기술
해설 덕분에 꿀잼된 올림픽 서핑 경기
신기한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도쿄올림픽 서핑 경기를 보았다.
인턴 시절 때 촬영 차 간 송정에서 서핑을 경험해봤었는데,
그때 했던 그 서핑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고 하니 반가웠다.
고작 한 번 경험해봤다고 어딘지 모르는 저 마음 구석에서 뿌듯함도 번져 오르더라.
본론으로 돌아가서, 알고리즘에 뜬 서핑 경기 해설 영상은 유튜브 채널 '크랩 KLAB'에서 올린 영상이었다.
사람들의 댓글 반응도 함께 올려 편집한 경기 해설 영상이라, 누군가가 쓴 댓글과 내 생각이 통하면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이게 해설이지!!" 역대급 해설이라고 극찬받은 올림픽 서핑 해설|크랩 - YouTube
썸네일부터 궁금증 유발에 성공했다.
서핑 경기가 해설 덕분에 꿀잼이 됐다고?
왜? 해설자 반응이 꿀잼이었나?
호기심이 클릭한 영상은 초반부부터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송민 해설자'님의 차분한 해설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딕션.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필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서핑을 배우고 경기에 나오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이 어떠했는지 스토리텔링까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나처럼 서핑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도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말하기는 지식 자랑이 아닌,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
송민 해설자님은 선수들이 어떤 기술을 썼는지,
그 기술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잘 들어간 기술인지
처음 듣는 사람들도 바로바로 알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영상 후반부를 보면 캐스터조차 서핑의 속도를 높일 때 보드를 통통 튀기는 기술인
펌핑이 계속 눈에 띈다고 한다.
해설자의 친절한 설명이 아니었다면 그리 눈에 띄지 않았을 테지.
이 해설 영상을 보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 선생과 안정원 교수가 생각이 났다.
시즌 1 몇 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린아이의 수술 진행 과정을 보호자에게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서 장겨울 선생은 어려운 의학용어로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지만,
안정원 교수는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왜 수술을 하는지, 수술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비유를 하며 설명을 하고 있다.
(+ 어려운 수술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스윗함은 덤)
경기 해설자라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풀어주기만 할 줄 알았다.
보통은 경기 사이사이 생기는 간극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설명해주거나,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해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송민 해설자님은 달랐다. 서핑에서 주로 쓰이는 말들을 가져와 인생사에 비유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바다색이 이상한 이유나 거품이 끼는 이유와 더불어
이런 바다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경기 해설 도중에도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영화 장면이나 게임 캐릭터의 스탯에 선수들의 능력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며 경기 해설을 진행했다.
(+서핑 입덕을 시키려는듯한 해설 마무리까지 완벽-!)
마무리하며, 매력적인 말하기를 한마디로 종합해보면 '배려'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의외로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말.
오히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다고.
어려운 용어를 쓰면 자신의 지식 자랑밖에 안된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말하기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