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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지명 Oct 04. 2023

내 인생 첫 강의

강의, 나눔을 통한 성장의 시작

때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1월이었던가. 구미 오○중학교에서 생애 처음으로 ‘강의’라는 걸 해봤다. 2008년 결혼 4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낳고 2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2010년 복직 후 학교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필자가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감히 강의라는 것을 하게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때의 그 긴장감이 생생하다.   

   

복직 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던 것 같다. 2년간의 공백을 메꾸려는 보상심리에서였는지 남들보다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이 연수 저 연수 많이도 찾아다녔다. 영어과 ‘테솔’ 연수에서부터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교실’ 연수까지 섭렵했다. 2014년 ‘거꾸로교실’ 캠프에 참가하고 난 후, 연애를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거꾸로교실’ 수업에 빠져들었다. 수업 방식도 좋았지만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에게 빠져들었다. 당시는 밴드를 통해 선생님들과 지역별, 교과별로 수업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필자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보다는 ‘거꾸로교실’이라는 새로운 수업 방법을 먼저 적용한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몇 달 동안은 여러 선생님이 올려주는 수업 과정을 흉내 내서 따라 하기도 버거웠다. 설명대로 진행했지만,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된 절차만 따라 하다 보니 생긴 시행착오이다.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활동을 구현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지나간 경우였다. 수업은 역시나 준비한 만큼 되는구나,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거꾸로교실’ 이전에는 주로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가르친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쪽지 시험을 치는 등 어릴 적 필자가 배워온 방법대로만 가르쳤다. 어느 순간 수업하는 것이 재미도 없고 한계가 느껴졌다. 새로운 수업 방법에 관한 연수를 듣고 바로 실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틀을 깨고 많이 발전했다. 스스로만 발전했다고 생각하면 착각일 수 있지만,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업 방법을 바꾼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기 말과 수업 시간 활동 끝에 수시로 학생들에게 설문을 받아본 결과, 대체로 필자가 적용한 ‘거꾸로교실’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간혹 문법 설명이나 본문 설명을 선생님이 더 자세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다음 해에는 이런 점들을 좀 더 보완하려고 애썼다. 무조건 설명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서는 교사가 간단히 설명을 한다든지 학생들이 원할 경우 설명용 영상을 추가로 촬영하면서 보완해 나갔다. 여러 선생님의 수업 나눔에 용기를 얻어 어느새 필자도 수업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필자의 이야기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뭐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들의 반응을 보며 점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필자가 올린 글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분, 필자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분들이 생겨났다.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과 경험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고, 현재 수업의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고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2014년 10월부터는 ‘거꾸로교실’ 전국 운영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거꾸로교실’ 연수를 듣고 나서 ‘거꾸로교실’의 철학과 활동에 푹 빠지게 되었고 결국 운영진으로까지 활동하게 된 것이다. 당시 연수를 총괄하고 있던 연수팀장님이 필자에게 강의를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다. 강의 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들 앞에 섰다. 강의 중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점검할 정신도 없이 2시간이 흘러갔다.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참가자 선생님들의 반응이 참 좋았다. 평소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나눠주던 활동지 양식 하나하나에까지 큰 호응을 보였다. 너무 평범한 수업이라 누구 앞에 나서서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사소한 활동이나 자료에 관심을 보이고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으니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때 느꼈던 것들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도 필자는 스스로 ‘체인지메이커’를 자처하며 여러 자료를 나눔 하고 있다. 자신이 보기에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료나 아이디어일지라도 누군가에는 큰 도움이 되고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구미에서 강의할 때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 그 강의를 계기로 이후 대구 안에서만도 수십 군데서 ‘거꾸로교실’ 관련 강의를 했다. 장학사님 추천으로 신문 기사에 ‘거꾸로교실’ 활용 수업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은 신규 발령 후 4년 차에 접어드는 선생님들이 받는 ‘1정 연수’에서 ‘프로젝트 수업’, ‘체인지메이커 교육’, ‘학급경영’ 등의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2014년 구미에서의 첫 강의가 없었다면 지금 필자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첫 강의를 떠올리며 초심을 생각해 본다. 내게 강의는 나눔의 시작이었고 성장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필자의 미래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거꾸로교실이란? 미국의 화학 교사 존 버그만의 flipped learning으로부터 시작된 공교육 수업 방식이다. 말 그대로 기존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뒤집는다. '학교에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하며 혼자 공부하기'와는 달리 '수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영상 등 자료를 보고 학교에서 모둠별로 배운 지식 활용 활동하기'를 기본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말 그대로 거꾸로 뒤집어서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닌 학생이 주체가 된다. 대부분의 현행 교실 수업과는 달리 학교 수업에서의 학생들의 참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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