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나눔을 통한 성장의 시작
2014년 ‘거꾸로교실’ 관련 강의를 시작으로 지금은 ‘체인지메이커 교육’, ‘프로젝트 수업’, ‘학급경영’, ‘영어과 수업 및 동아리 활동 사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23년 2월 출간된 <어서 와! 중학교는 처음이지?> 출간을 계기로 학부모 대상 연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연수를 하던 필자가 늘 빠뜨리지 않고 진행하는 루틴 세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강의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아이스브레이킹 활동부터 한다.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오리엔테이션이나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시작하는 것과 아닌 것은 강의 분위기와 몰입도에 큰 차이가 있다. 강사와 참여자들 사이에 래포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야 강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비단 강사-참여자 사이의 관계만을 생각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자들끼리의 네트워킹 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참가자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주로 사용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은 ‘I see you’ 게임과 ‘네임텐트 만들기’, ‘모둠원 얼굴 그려주기’ 등이 있다. 종이나 손을 보지 않고 상대의 눈만 바라보며 얼굴을 그려주는 것이 ‘I see you’ 게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제약된 조건 속에서 그리기 때문에 그림이 엉망으로 나온다. 상대가 그려준 엉망인 내 얼굴을 보면서 서로 웃음을 터트린다. 이 활동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효자 아이템이다. 누구나 그림을 못 그릴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서 망친 그림을 보고 웃어넘길 수 있는 이 자세로 수업에 임하고 활동에 임하자는 취지도 설명한다.
이와 비슷한 활동으로 ‘모둠원 얼굴 그려주기’가 있다. 4인 1조로 활동을 하게 하는데, 모둠원 3명이 릴레이로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는 것이다. 완성된 얼굴 아래에 롤링페이퍼 적듯이 서로에게 덕담을 남기게 한다. 이 활동 또한 늘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좋다.
‘네임텐트 만들기’는 일종의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활동이다. A4 용지를 삼등분해서 접은 후 삼각뿔 형태로 세우면 명패가 완성된다. 상대방이 볼 수 있는 면에다가 자신의 이름과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로 꾸미게 하거나 강사가 원하는 질문 몇 가지를 주고 답하게 할 수도 있다. 네임텐트를 완성한 후 모둠 안에서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게 한다. 이때 반드시 넣는 질문이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이다. 듣고 싶은 말을 모둠원들이 다 같이 외쳐주는 것이 이 활동의 핵심이다. 필자가 듣고 싶은 말은 늘 ‘어려 보이세요!’다. 참가자 전원이 필자에게 ‘어려 보이세요!’를 외쳐줄 때마다 참 기분이 좋다! 강의 시간이 넉넉할 때는 세 가지 활동 모두를,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한 두 가지만 하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서 참가자들끼리 친해지는 것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강사소개는 진진가 형태로 진행을 한다. 몇 년째 똑같은 질문을 던져서 식상할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도 학생들과 이 활동을 했는데 여전히 반응이 좋았다. 필자에 대한 문장 5개를 주고 각각의 문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모둠원들끼리 상의해서 정하도록 한다. 답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모둠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연습을 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학생들이 만들어준 담임 선생님 소개 영상을 강사소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강의 마지막에 늘 하는 이야기는 성찰의 중요성이다. 2010년 복직하던 해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난다. ‘테솔’ 연수 과정에서 배운 리플렉션 서클을 지금까지도 잘 적용하고 있다. 수업뿐만 아니라 필자의 삶에 성찰을 적용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수업을 잘 들여다보고 발전시키고 싶어서였다. ‘테솔’에서 배운 노하우들이 ‘거꾸로교실’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성찰하는 삶을 배우게 되었다. 성찰이 중요한 것을 알기에, 성찰 없는 경험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연수 마지막에도 늘 선생님들에게 성찰을 받는다. 주로 ‘I like, I wish’로 성찰을 나눈다. 연수 내용 중에 좋았던 것과 앞으로 적용해 볼 것을 적어 보게 하는 것이다. ‘좋아해=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해보고 싶은 것’으로 정리해 보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들어도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간략하게라도 정리를 해둬야 기억에 남고 하나라도 더 적용해 볼 계기도 된다.
이렇게 필자의 강의 루틴을 정리해 보았다. 처음부터 이런 루틴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많은 워크숍에 참여해 보고 많은 강의를 들으면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하나씩 실천해 보고 소화 가능한 활동들을 반복하면서 완전히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들을 때 그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시킬지를 구상하면서 듣는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듣게 되어 자신에게 남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