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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지명 Oct 03. 2023

배운다는 건 끝이 없는 거야

배운다는 건 뭘까_배우는 여정,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2020년 새해에 새롭게 시도한 습관 중 하나가 1일 1 캘리그래피 연습하기였다. 이래 봬도 내가 캘리그래피 자격증 있는 여자다. 2016, 2017년 자유학기 주제선택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강사님의 안내대로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연습해서 자격증을 땄다. 당시에는 캘리그래피가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서도 연습하고 싶어 각종 캘리그래피 재료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때 수업 이후로 몇 년간 단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다. 지금은 어디 가서 캘리그래피 자격증 있다는 얘기는커녕 캘리그래피 배웠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학교 축제 때 전시한다고 만든 작품들을 보며 진짜 내가 만든 것이 맞나 할 정도이다. 

         

<학교 축제 때 전시했던 캘리그래피 작품들>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캘리그래피 액자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캘리그래피 액자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캘리그래피 에코백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캘리그래피 에코백
캘리그래피로 꾸민 손수건
캘리그래피 자격증




주변에 손 글씨가 예쁘거나 캘리그래피를 잘 쓰는 분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난 왜 이리 똥손일까?’ 신세 한탄만 했지 정작 연습할 생각은 못 하고 지냈다. 인도 여행 다녀와서 새해 다짐을 되새기던 중 ‘생각해 보면 글씨 잘 쓰는 사람 부러워만 했지, 정작 제대로 연습한 적은 없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캘리그래피, 손 글씨 쓰기에 나도 자신감을 좀 가져보자는 생각에 블로그에 인증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블로그에 각종 습관 인증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공표를 해야 지킬 의지가 억지로라도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기록으로 남기면 뭔가 쌓이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시간이 흐른 후에 비교해 보면 발전 정도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성취감이 느껴져서 좋다. 성장 정도를 수치화하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 기록을 해두면 변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흔히들 무언가를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와! 저 사람은 저런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참 좋겠다.'라고 부러워하고,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그런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게 되기까지, 그림을 잘 그리게 되기까지, 노래를 잘하게 되기까지, 악기를 잘 다루게 될 때까지, 분명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저절로 잘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 무언가에 그만큼의 노력을 쏟기까지는 대상에 대한 관심도 남달라야 한다. 나는 과연 하나의 대상에 그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는데 슬픔에 처한 사람을 위로하고 공감하기는 쉬워도 남이 잘되었을 때 배 아파하지 않고 진심으로 기뻐하기가 더 힘이 든 것 같다. 그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격, 성과,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생각한다면 누군가의 결과물을 대할 때,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좀 더 진심을 다해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 노력이, 그 결과물과 성과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력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자네가 전에 말했지?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가 없다”라고 말이야. 그것은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축복하지 못한 걸세. 하지만 일단 경쟁의 도식에서 해방되면 누군가에게 이길 필요가 없네.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도 해방되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할 수 있게 되네. 

-<미움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 113p / 기시미 이치로   


  

나는 과연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줄 수 있는가? 지금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한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마음 깊이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 믿는다.     


다시 캘리그래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2020년 1월 캘리그래피 연습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혼자 블로그에 인증하다가 2020년 3월 9일부터 한 카페에 캘리그래피 100일 쓰기 인증을 시작했다. 매일 5분씩 시간을 내어 한 구절씩 연습했다. 하루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도 아닌데 단 5분이라도 매일 연습했더니 100일 후 캘리그래피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캘리그래피 연습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엽서를 써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거였는데, 이미 그 목표를 천 프로 이루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 엽서 선물도 하고, 책 사인도 캘리그래피로 해서 드렸으니 말이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서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놓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었다. 

- 앙드레 지드     




하나의 경험이 일어난 후에 한 사람의 안과 밖은 달라진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경험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막상 시작하고 나면 별것 아닌 것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돌이켜 보면, 해서 후회한 적보다는 안 해서 후회한 적이 더 많았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하는 편이 나았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두려움과 불안함은 한 걸음 내디딤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한 걸음만 떼면 관성에 의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성장이란, 작은 성공 체험으로 만들어진다. 이제는 그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사소한 것이라도 실행한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2020.1.28. 인도 다녀온 직후
2020.1.24. 블로그 인증
2020.3.9. 카페 인증
2020.7.12. 카페 인증
2022.11월 다시 시작한 캘리그래피 연습
2021. 11월 다시 시작한 캘리그래피 연습
동료들에게 선물한 엽서
캘리그래피로 한 저자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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