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어린 부부가 아이를 낳아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 부부가 키우는 아기가 계속 울어 댔다. 아기는 엄마가 안아줘도 울었고 장난감으로 놀아줘도 울었다. 아이가 예민한 걸까? 혹시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는 많이 울었다. 도대체 저 아이는 왜 이렇게 우는 걸까? 화면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그렇게 울어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배가 고파서였다. 어린 부부는 아이도 어른처럼 아침, 점심, 저녁만 주면 되는 줄 알고 하루에 분유를 세 번만 줬다는 것이었다. 너무 놀랍고 허무해서 말문이 막혔다. 다행히 육아 전문가가 어린 부부에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 TV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사연인즉슨 어린 부부가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책임감이 있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어린 부부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책임감은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아는 것도 한정적이니 힘든 일이 있을 때 좋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V에는 너무도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나온다.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어 죽은 아이, 부모에게 시신이 훼손된 아이, 학대로 굶어 죽은 아이. TV에는 모자이크로 처리가 되었지만, 인터넷에는 그런 아이의 사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잘못 클릭했다가 그 사진이 계속 잔상으로 남아서 마음이 내내 아팠다. 심지어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아이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학대하면서 그게 학대인 줄도 모르고 자행하는 부모들, 양육법을 몰라 제대로 된 양육을 하지 못하는 부모들, 잘못된 임신으로 버려지는 아이들,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는 부모들, TV에서 흘러나오는 너무도 자극적인 뉴스를 볼 때면 내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부모를 교육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렇다면 어린 부부처럼 아이에게 하루에 세 번의 분유를 먹이는 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물론 위의 사례는 조금 특이한 경우이긴 하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그리고 난 후 어른이 되면 공부에 질려서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교육이 있다. 바로 부모가 되는 교육 말이다.
우리는 부모가 되면 저절로 아이를 잘 키우게 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되는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육아는 엄마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모든 것을 엄마에게 떠넘긴다. 하지만 부모가 되는 것도 공부해야 한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육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함께 보고 느끼면 행복이 배가 된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나누고 고민하면 해결법이 보이고 고민은 반이 된다. 엄마, 아빠가 함께 육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하는지. 어떤 방법들이 옳은지 그른지를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부모교육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만약 함께 참석이 어려우면 교대로 참석하거나 참석이 불가할 시에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내가 양육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을 때는 책을 이용했다. 시중에는 좋은 육아서가 많다. 요즘은 인터넷 배송도 빨라 주문한 당일에도 책을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각종 동영상이다.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채널에 다양한 양육법에 대한 정보가 많다. 큰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동영상이 많지 않아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니 선별해서 취하는 것이 좋다. 동영상을 볼 수 없을 때 ‘팟빵’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팟빵’에는 다양한 육아 콘텐츠가 있어서 설거지나 빨래 갤 때 들으면서 일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그저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것으로 아이를 키웠다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을 갖도록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적당한 육아서를 구매 후 남편과 몇 장씩 읽어보고 내용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다. 남자와 여자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를 보는 아빠와 엄마의 시선도 다르다. 엄마와 아빠 모두 분명 서로에게 원하는 육아 방식이 있을 것이다. 엄마는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대했으면 좋겠고 아빠는 엄마가 아이를 이런 방식으로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지 말고 서로 꺼내어 나누어보자. 서로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 서로 옳다 그르다 싸우기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 부부가 한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봐야 힘들어도 서로 보듬어가며 길게 갈 수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장거리 마라톤이다. 혼자 하면 힘들 때 쉽게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함께하면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며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엄마가 가진 장점, 아빠가 가진 장점을 살펴보자.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보고 나누고 아이에게 물려줘야 한다. 서로의 장점을 보고 하루에 한 가지씩 칭찬해보자. 그러면 단점보다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테고 단점도 쉽게 그냥 넘겨버릴 수 있다. 장점을 크게 보고 단점을 작게 보자. 아이를 키울 때도 아이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찾아보자.
엄마는 다른 것보다 사람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는 그동안 자신도 몰랐던 경험과 상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본인도 몰랐던 트라우마로 인해 남편과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나도 부모님의 부재로 힘들게 살아왔다. 제대로 된 훈육방법을 배우지 못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무작정 소리만 지른다고 해결이 되는 게 아님을 공부하고 배워서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나를 알아가자.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보자.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내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 파악하고 더 덧나지 않도록 치료하자. 치료하지 않으면 똑같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좋은 것은 대물림되어도 좋지만 나쁜 것은 내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는 더욱 많은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우리는 슈퍼우먼은 아니지만, 우리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꼭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나를 더 알아가는 공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