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차곡차곡 되고 있으며서도 뭔가 빠진 느낌의 연속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될지, 잠깐 망설였다.
한국적 프로젝트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날짜는 분명히 줄어드는데, 준비해야 할 것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건드리지 않은 부분들이 하나씩 윤곽을 드러내는 시간에 가깝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디테일을 다듬어야 하고, 이미 결정했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마음이 정리될 것 같다가도, 그 리스트가 또 다른 부담이 될 것 같아 펜을 멈춘다.
이상한 건, 바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손댈 수 있는 일은 많은데,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보다, 모든 것이 너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감각이 더 크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쪽이 먹먹하다.
불안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다른 결이다.
오히려 집중 직전에 찾아오는 정적 같은 것에 가깝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과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실감이 동시에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싶은 순간이다.
이 먹먹함이 사라져야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상태 그대로, 하나씩 손을 대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일 수도 있다.
지금은 그 판단조차 서두르지 않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남겨둔다.
마감이 다가오던 어느 날,
해야 할 것들보다 마음의 상태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는 기록으로.
나중에 이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 문장을 다시 읽게 된다면
아마도 “그때는 그랬지” 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