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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11. 2023

1. (책임) 세상에는 규칙이 있다

보드게임으로 시작하다

여러 가지 일이 변하고, 앞으로 전진해 간다. _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 

 


보드게임은 재미있습니다. 인간은 재미있는 것에 흥미를 보입니다. 집중력이 낮은 유아기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과 흥미가 이끄는 대로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반응합니다. 


유아기 아이는 보드게임을 하기 어려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쉬운 게임부터 시작한다면 하나씩 익혀갈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은 어디로든 가고 전진하는 놀이입니다. 한정된 틀에서 이루어지지만 변화가 많습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하는 보드게임이 많습니다. 어떤 숫자가 나올지 던질 때마다 기대하고 때론 긴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루하지 않습니다.


인생도 어쨌든 어디로든 가고 전진합니다. 인생은 말 그대로 변화무쌍입니다. 인생은 지루하게 혹은 신나게 살아갑니다. 어느 정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마치 보드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지고 나온 숫자만큼 선택하는 것처럼, 인생도 운이 많이 작용하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ㅣ 보드게임은 사회성의 기본을 알려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자연계에서 나약한 인간은 모여 살아야 생존 확률이 높습니다. 인간은 욕망을 지닌 존재입니다. 모여 살다 보면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서로 부딪힙니다. 욕망이 부딪히면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은 조정하고 타협해 나갑니다. 


사회생활에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이번이 나의 차례였다면, 다음은 네 차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함께 하려면 자기 순서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가 자신의 욕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순서를 기다리려면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서너 살 아이가 인내심이라는 개념을 알기 어렵습니다. 서너 살 아이도 흥미롭고 재미있다면, 그리고 계속하고 싶다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과 인생의 기본은 같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 중에는 뱀 놀이 게임이 있습니다. 뱀 놀이 보드게임은 주사위를 던져서 한 칸 한 칸 가야 합니다. 한 칸 한 칸은 숫자입니다. 세상에 규칙은 주로 숫자로 시작한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뱀 놀이 게임에는 건너뛰기, 뒤로 돌아가기 등 다양한 변수가 적용됩니다. 인생은 항상 예상대로만 되지 않습니다. 같은 숫자만큼 전진해도 뜻밖의 행운을 만나 기뻐하거나, 불행을 겪고 낙담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내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인생은 보드게임처럼 때론 ''이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이나 보드게임의 기본은 같습니다.    


 1. 규칙을 지켜야 한다. 

 2. 운이 작용한다(운을 자신 탓으로 돌리고 낙담할 수도 있지만, 다음번 순서에는 좋은 운을 기대하며 계속하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3.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꾸준히 하면 좀 더 나은 게임을 할 수 있다. 지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알거나, 실패하지 않고 성취하는 방법을 알 수는 없다. 매번 이기기는 불가능하다).

 4. 혼자서 하는 게임도 있지만, 함께 하면 더 재미있다.


보드게임이건 사회생활이건 게임을 계속하려면 게임의 규칙에 대해 합의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지키고 공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입니다. 인생 그리고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규칙을 지켜야만 계속할 수 있다


저와 쌍둥이는 쌍둥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만 보드게임을 했고, 그 이후에는 함께 하지 않습니다. 보드게임을 그만둔 계기가 있었습니다.


쌍둥이가 글을 읽히고 나서는 보드게임의 수준을 높여갔습니다. 그러면서 보드게임 설명서를 읽고 게임을 진행하는 건 아들 몫이 되었습니다. 쌍둥이와 보드게임을 그만두게 된 건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가 지적하자, 아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때 아들이 보드게임 설명서를 읽고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가 아들이 틀린 부분을 너무 직설적으로 지적해서 아들이 상처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것도 보드게임의 마지막 교육 효과였다고 위안을 삼아봅니다.   



주의: 최근에 자녀 교육을 위해 보드게임을 소개했던, 지인으로부터 보드게임의 부작용에 대해 들었습니다. 보드게임에 이기면 과자를 준다든지 하는 보상을 걸고 보드게임을 하게 했더니, 아이들이 경쟁심으로 상처를 받는 지경에 이르러 그만뒀다고 합니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이고 앞으로 소개할 내용들도 각 가정의 환경이나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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