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야 May 28. 2023

권위가 진실을 덮을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Scene #1

야구 경기를 보고 있습니다. 투수가 힘차게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났습니다. 타자가 안도의 표정을 지으려는 순간,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힘차게 외칩니다. 엇? 타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심판을 노려봅니다. 중계 화면으로 다시 리플레이를 보아도 분명히 볼입니다. 하지만 심판은 권위라는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오히려 타자를 당당하게 노려봅니다.  볼이 스트라이크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접전이 한창이던 경기는 허무하게 끝납니다.


Scene #2

회사에서 미팅이 한창입니다. 모두 진지한 분위기에 논의가 한창입니다. 다음 분기에 실적을 만회할만한 여러개의 아이디어를 놓고서 실제로 자원을 투입해 실행할 몇개의 아이디어를 추려야 합니다. 각자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논리와 근거,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자리에서 팀장이 불쑥 결론을 내어버립니다. 결론은 팀장이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다소 맥이 빠진 팀원들은 팀장의 권위 앞에서 솔직한 의견을 내려다가 쑥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마지못해 동의의 표시를 보냅니다.  


Scene #3

기업들이 진실을 덮은 사례도 많습니다. 1999년, 그당시 세계 최대의 에너지 회사였던 엔론은 회사의 재정 기록을 조작하여 회계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이로 인해 엔론은 파산하고, 회사의 주주와 직원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는 회사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로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2014년,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에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환경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은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고, 회사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이들 회사 안에서 누군가는 거짓을 지시했고 그 지시를 받은 사람이 명령을 거스를수 없었던 것은 상급자의 권위, 회사의 권위였을 것입니다.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것으로 상황은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습니다. 아니,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버리게 됩니다. 내가 가진 권위 때문입니다. 권위는 내가 내린 지시를 남이 따르게 하는 힘입니다.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내가 게임에서 지는 것이고, 곧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끝낼순 없기에 권위로서 진실을 덮으려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권위는 사람들이 진실을 믿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권위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권위가 말하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악용하는 사람들의 결말은 뻔합니다. 아니, 뻔해야 합니다. 권위로 덮으려던 진실이 다시 살아나서 권위를 공격하여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통쾌한 결말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전 02화 퇴사 심리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