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야 Mar 04. 2024

퇴사 심리학

만남과 헤어짐


직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은 흔하고 자주 있는 일입니다. 내가 조직에 새로 들어온 새내기 주인공일수도 있고 종종 타인을 맞이하는 입장에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 느끼는 긴장과 떨림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은 어쩌면 긴 커리어 여정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경험이기에 기억에 남고 각인되는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는 생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같이 보낸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시야가 넓어지고 객관적이 된다고 할까요?


퇴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개인이 경험하는 복잡한 심리적 과정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그 조직에 대해서 인지평가를 하게 되는데, 내가 얼마나 이 직무에 만족을 하는지, 승진이나 인정을 받을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주변의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형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는지 등등을 나 스스로 알게 모르게 평가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고 예를 들면 성격이나 가치관, 또한 최종적으로 커리어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남아있을지 떠날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고, 직업적인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승진의 기회, 동료와의 관계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퇴사 심리학 이론


사회교환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조직과의 관계에서 이익과 비용을 비교하여 퇴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익이라고 하면 급여를 포함한 경제적인 이익만이 아니라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이익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평판, 승진에 대한 가능성, 심리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만족감등이 있겠죠. 


비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시간, 스트레스, 다른 회사를 선택했을 때 더 나은 조건과 비교했을 때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기회비용도 포함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계약이론에 따르면, 결국 개인과 조직은 계약 관계에 의해서 유지되는 관계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계약 사항들도 있겠지만 암묵적으로 그 조직의 문화와 관행을 바탕으로 통용되는 암묵적인 계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입사 서류에 사인을 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암묵적인 계약 사항들은 회사 생활을 하루 하루 해 나가면서 안개가 걷히듯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근태와 업무시간 관련한 것이 대표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업무 시간 외에 추가 근무를 해서라도 정해진 기간 내에 업무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라던지, 기본적인 업무 역량에 대한 내부 기대치가 존재한다던지 하는 것들입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팀 동료와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암묵적인 기대나 절차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암묵적인 계약 사항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오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회사마다 암묵적인 계약 사항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신입 직원의 경우 상사나 동료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의 범위라고 생각한다면 서로 해석에 대한 입장 차이가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깔려있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암묵적인 계약 사항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회사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 한 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나고


그렇게 어제 또 한 명의 동료와 이별을 했습니다. 같이 보낸 시간은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다음 경로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이별 소식을 전했기에 아쉬움이 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개인적인 연민인지 아니면 축하인지 감사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관성에서 끌려 나온 감정인지 모르겠습니다.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감정을 포장해서 전달하기도 싫었습니다.


어떤 판단으로 회사를 떠날 결정을 하게 된 것인지도 우리는 알수가 없습니다.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문제일테니 말입니다. 생각보다는 씩씩하고 그리고 성숙한 태도로 이별을 전하던 그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밖에서 우연이 만나더라도 어색한 사이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이 더 가치있게 인정받는 곳에서 둥지를 틀고 자유로운 비행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이전 01화 군중심리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