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둘은 천지 차이

서로 크는 이야기

by 난나J

코로나 여파로 '서'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된 게 어언 2월...어린이집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잘 시작해보자고 다짐했건만. 코로나로 잃어버린 3,4월을 보내고 5월에 어린이날까지 잘 버티고 버텨 이제 어린이집에 다시 보내기 시작한 지, 한 열흘쯤 됐을 때였나. 지난 주 초에 이태원 확진자의 동선에 택시가 있었는데 그 택시기사 부부가 확진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필 '서'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있는 바로 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찜찜함과 불안감이 함께 엄습해 오는데, 아무리 아이 둘을 보기 힘들어도 차라리 내가 힘든게 낫겠다 싶어 다시 '서'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는 몇 달을 쉬다 다시 나간 어린이집이 재미있었는지,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니 너무 아쉬워했다. 그리고는 외부인을 만나는 공간이 아닌, 가능한 선에서의 외출을 탐색하다 '할머니 댁에 가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다.


어린이집을 가지 못한 사이 가정보육을 도와주신 할머니가 보고싶어서였을 수도 있고, 할머니 댁에 있는 페럿과 함께 놀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할머니가 마음껏 보여주시는 미디어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서'와 '로'가 함께 있을 때 육아강도가 얼마나 큰 시너지를 가져오는지 엄마인 나는 잘 알고 있기에... 할머니 댁에 가겠다는 '서'의 말이 내심 반가웠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것은, '서'는 늘 할머니 댁에 가서 자겠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다가도 막상 잘 때가 되면 '엄마아... 아빠아.... 보고싶어엉엉엉~'하며 전화가 오는데 할머니가 그 자기 전 울음을 견디기 굉장히 힘들어 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서야. 엄마가 잘 때 덮을 이불 챙겨왔거든? 이 이불을 덮으면 서가 엄마 아빠랑 같이 안고 자는거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이 이불을 꼭 덮으면 잠이 잘 온다?"


"아~ 엄마 냄새 아빠 냄새가 나니까 이 이불을 덮으면 엄마, 아빠를 안고 있는거야"


꽤나 찰떡같이 내 얘길 알아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서'가 한 마디 덧붙인다.


"근데, 이불에서 '로' 냄새가 나~ '로'가 바르는 로션냄새."

"아~ 맞아 거기서 로 냄새가 나지? 그래서 이 이불을 덮으면 서가 잘 때 엄마, 아빠, 동생 로까지 같이 자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이 이불 꼭~덮고 잘 자야돼, 그럴 수 있지?"


"응!"


"그리고 잘 자면 엄마가 대견하니까, 칭찬 스티커도 붙여줄거야~약속!!"


온갖 감언이설로 '서'를 설득시키고 '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 뒤 시댁에 아이를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바로 어젯밤 일이었고, 그렇게 '서'를 놓고 돌아온 뒤에 신기하게 처음으로 자기 전 울면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서'는 다섯 살 뭘 좀 아는 언니가 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울지 않고 할머니 댁에서 잠자기에 성공했다. 건조하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참 많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아이가 둘이 생기고 난 뒤에, 아이가 하나 혹은 없는 신혼, 아니면 결혼조차 하지 않은 주변인들이 내게 하나같이 하는 얘기는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두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감히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인데, 그걸 알았다면 나도 이렇게 용감하진 않았겠지. 사실 겁없이 둘째를 받아들인 것도 있다. 나도 언니와 둘, 우리 신랑도 남동생과 둘. 이렇게 자매와 형제로 자라온 탓에 외동으로 '서'를 키운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기도 했고, 둘 다 관계가 나쁘지 않은 탓에 서로 의지도 되고 좋은 친구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수고롭고 힘들더라도 결국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둘이 되고 보니 이건 2배로 힘든 것이 아니라 3배 4배, 아니 10배쯤 더 힘들 때도 있는 것이다. 한 아이를 재우려고 방에 들어가면 그 아이도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 잠을 방해하는 훼방꾼 하나가 잠이 들라치면 문을 열고 들어오고, 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떨 땐 귀여운 목소리로 "엄마, 로 자요?"하고 묻기도 한다. 자기가 동생의 잠을 홀딱 깨워 버렸다는 사실은 모르는 척 하면서.


'서'의 어린이집 등원에도 '로'를 놓고 갈 순 없으니 두 아이를 챙기고 나까지 챙겨 나가야 하니 어떨 땐 '서'의 어린이집 가방을 두고 오기도 하고, 둘이 함께 웨건을 타고 가는 날엔 신발을 두고 오기도 하고. 챙겨야 할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좋으련만 이제 알 거 다 아는 첫째는 엄마를 골려먹기 바쁘고. 둘째는 아직 몰라도 너무 모르는 돌쟁이. 둘은 이토록 다르다.


그런데 '서'가 할머니 댁에 가니 '로'와 함께 둘이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더 많이... 평화롭다. 전쟁같이 치열하게 놀아야 했던 '서'와의 시간만 잠시 할머니 댁으로 옮겨갔을 뿐인데도, '로' 하나 보는 시간은 50%의 수고가 절감된 것이 아니라 70% 정도의 강도가 감소된 느낌이다.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이런 느낌, 하나와 둘은 정말 천지 차이다.

*오늘은 그렇게 마무리 되려는 듯 했으나, 갑작스런 할머니의 호출로 전화를 받았고, '서'가 알러지가 갑자기 눈에까지 올라와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하셨다. 인근 약국은 일찍 끝나기 때문에 약을 구하기도 힘들어서 천상 약을 들고 할머니 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퇴근 후에 냉면 한 사발 하고 바로 시댁에 다녀 왔다는... 엔 더 있다 오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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