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이 둘이 집안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아니 어지럽힌다기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아주 활발히 노는 것이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블록을 뒤집어 쏟아내고, 옷을 장난감 삼아 돌려 던지고, 하나의 놀이를 하기가 무섭게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그곳을 정복하듯 다른 놀이의 전리품을 하나씩 채워가기 시작한다. 집은 순식간에 장난감으로 뒤덮인다. 이러다가는 하루가 너무 길 것 같아서 아침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둘째 '로'도 집에만 있기가 지겹고 심심했는지 외출한다고 하면 어느 순간부터 돌고래 소리를 지른다. '서'는 킥보드를 타고, '로'는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아차 이따 마트에서 살 것이 있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발길을 돌렸다가 집에서 지갑을 들고 다시 나선다. '서'는 기다렸다는 듯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논다. 이제는 서서 그네를 타며 자기가 점점 속도를 올리기까지 한다. 미끄럼틀도 타고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조금 쏟는다. 그런데 나의 에너지가 금세 고갈되는 느낌에 '서'를 마트로 유인하기로 한다. 사야 할 것이 있다고 설명을 해준 뒤 마트에 잠시 들러 후드 쪽 나간 전등을 새로 사고 아침 필수식(?)인 아아를 한 잔 사기 위해 새로 오픈한 커피집에 잠시 들른다. 오픈 날이라 내일까지 1000원에 할인한다는 말이 반가운데 차마 1000원을 카드로 긁긴 미안해서 돈으로 건넨다. 그리고는 1000원에 산 아아가 뿌듯하던 그 찰나, '서'가 자기도 목이 마르다며 3500원짜리 스무디를 요구한다. 결국 '서'의 레몬 스무디까지 4500원을 쓰고 하나씩 음료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쉴 새 없이 '엄마, 나 심심해~'를 시전 하는 '서'에게 물감 놀이, 수정토 놀이, 뽀로로 집 놀이, 소꿉놀이 등등을 함께 하도록 해주기도 하고, 내가 함께 해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서'가 서점 문방구에서 미니 빗자루 세트를 사서 청소를 직접 해야겠다 하기에 그곳에 들러 빗자루 세트를 사고, 뽑기도 한 번 하겠다 해서 기분전환 겸 100원짜리 탱탱볼을 뽑는 뽑기를 시켜 주고... '서'는 2차 시도에서 탱탱볼을 득템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갔는데도 왜 시곗바늘은 여전히 한낮을 가리키는지. 집에 와서 '로'를 업어 재우고 나니 그 틈에 방에 들어와 또 속삭이는 '서'. "엄마, '로' 자면 나한테 와서 나랑 놀아야 돼!' 또 자기랑 놀자는 '서'. 어린이집을 안 가니 낮잠도 안 잔다. '로' 잘 때 잠시 쉬고 싶은데 그 틈이 없구나. 그래, '로'가 자야 엄마가 너랑 온전히 놀아줄 수 있으니. 너의 마음도 내가 이해해 줘야지... 하며 또 놀아주다 보니 '로'는 금세 다시 기상. 그 사이 애들 밥 먹이고 '서'는 화장실, '로'는 기저귀 무한 반복으로 봐주다 보니 신랑 퇴근할 시간, 심심해하는 서로 자매를 웨건에 태우고 통근버스 내리는 곳에 신랑 마중을 나갔다. 신랑이 이비인후과에 들른다기에 함께 가서 기다렸다가 그 건물 1층에 새로 생겼던 바로 그 1000원 할인하는 아아를 또 한 잔씩 사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는 또 아빠에게 뽑기를 하고 싶다고 애교 섞인 협박을 한다. 결국 두 개를 뽑고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뽑기 덕분인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비슷한 기시감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래도 일찍 퇴근하라는 나의 권고(?)에 7시 퇴근 해준 신랑 덕에, 예상보단 덜 피곤한 하루, 쓰다 보니 참 길고 긴 하루였다. (그래서 오늘은 단 바꾸기를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