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꼭 필요한 자부타임

서로 크는 이야기

by 난나J

육아하는 아내를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


난 자신 있게 '자부 타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 '자부 타임'은 '자유부인의 시간을 갖는 것'의 줄임말로 집과 육아에서 온전히 벗어나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 엄마들의 은어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누구의 아내도, 누군가의 엄마도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시간을 갖는 것. 아이에게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힌 엄마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육아에서 1분 1초라도 온전히 '해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과 나와의 분리, 아이들과 나와의 분리. 그 물리적 거리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그 시간에 집착하는 걸까.


사실 난 오늘 신랑이 준 자부 타임 덕에, 친한 언니와 먹고 싶어 하던 양꼬치를 먹고, 한 잔의 차를 마시고, 잠시 잠깐의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동참했음을 밝힌다.) 12시 30분에 나가, 6시 10분쯤 집에 들어가기까지 약 5시간 40분의 시간. 그 시간 동안만은 아이들을 위해 돌아가던 내 시간과 내 머릿속 회로들이 잠시 일을 멈추고 온전히 셔터를 내릴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어떤 행위를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신랑을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신랑이 생각났고, 아이들과 밥을 잘 먹고 있는지 등을 떠올리긴 했지만. 그 정도의 생각은 약과이므로.)


육아를 하다 보면 내 온 신경이 아이들을 향해 곤두서 있다. 아침에 둘째 '로'의 잠자리 옆에서 잠을 자면서도, 언제 깰지 모르는 첫째 '서'의 방에 내 청각적 감각은 머물러 있다. '로'가 낮잠을 잘 때도 마음껏 함께 잘 수가 없는 것은 예민한 '로'가 언제 깨서 잠투정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결에 침대 위에 올라가 구를지도 모르고, 서랍장에 얼굴을 부딪힐지도 모른다. 너무 급해 화장실을 혼자 가 앉아있으면서도 나의 눈은 '로'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렇듯 엄마의 시선과,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고, 또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이므로 난 또다시 아이들의 세계에 나를 던져놓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의 세계를 갈망하다가는 점점 더 우울에 빠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시 나의 세계를 접어두고 아이들의 세계에만 몰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그러기에 나의 자아도 너무 많이 커버렸으므로 마음의 소리로 자꾸만 내게 말을 건다. '나야 나 여깄어~', '이제 나란 사람은 잊어버린 거니?', '결국엔 나로 살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저 세상 속에만 있을 거야?'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나의 세계 속에서 부단히 헤엄쳐야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치고 들어오는 '서'와 '로'의 세계. 아 정신없이 오가는 그 세계 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이 현기증이 난다. '난 누구지? 여긴 어디지?'


비유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런 감정들이 실제로 내가 종종 느끼는 감정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타이틀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치롭고, 또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포기한 나의 삶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꾸 회의감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 양가의 감정 속에서 엄마는 힘이 든다.


그때, 나를 위한 1시간, 나를 위한 하루가 주어지면 나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할 수가 있다.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을 하나 먹는 것,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아무의 방해도 없이 푹 빠져 감상하는 것, 내가 정말 사고 싶었던 예쁜 옷을 마음껏 입어보고 사는 것, 내가 정말 읽고 싶었던 책에 빠져 읽다가 잠들어보는 것, 부족했던 잠을 늘어지게 걱정 없이 푹 자는 것, 배워보고 싶었던 무엇인가를 온전히 배우며 희열을 느끼는 것. '자부 타임'은 나를 위한 그 어떤 시간도 모두 허용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때론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이지만, 난 신랑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또 당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돌아와서 또 고마움을 표현했다. 내게 필요한 시간을 허락해준 고마움,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 또 그 마음을 표현해야 더 자주 그런 시간을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꼼수도 있었다. 때론 당연한 것들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결혼 7년 차가 되니 일상의 감사함도 조금씩은 더 배우게 된다. 이 역시 감사할 일이겠다.


다섯 살 '서'와 두 살 '로'가 아빠와 잘 있어준 덕에, 조금씩 자부 타임을 늘려야겠다는 희망적인 기대도 들었다. 남편만 허락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자유 남편'의 시간을 허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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