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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Oct 12. 2022

사장님은 가장 바쁘고 부지런한데.. 돈은 제일 없네요?

바쁜게 좋은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중심을 지키고 방향을 잡아야했다. 

사장님은 가장 바쁘고 부지런한데... 돈은 제일 없네요?

바쁜게 좋은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중심을 지키고 방향을 잡아야했다. 


아니 하루에 몇 시간 주무세요? 한 4시간 자나? 그렇게 일하면 죽을 거 같은데 괜찮아요? 

왜 이렇게 쫓기듯 사세요? 안 힘들어요? 

네 괜찮아요.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거죠. 

에이 그래도 진짜 힘들 거 같은데... 제가 본 사람 중에 대표님은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더 노력해야겠어요. 

이제 여유를 좀 가져도 될 거 같아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언제나 부지런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가급적 이른 시간에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다. 부지런과 성실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일했다. 모든 일에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믿었다. 매일 밤낮, 주말 없는 삶이어도 내 사업과 내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에 쉬지 않고 일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직원도 어느 날 내게 그랬다. 사장님은 자기가 모신 대표 중에 가장 부지런하다고. 그런데 그에 비해 돈은 없는 거 같다고 했다.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나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 모두가 힘들어하는 거 같은데, 쉬운 길을 두고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걷는 걸까? 잘못된 건 사업모델이었을까? 사업 방향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억지로 나는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일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면 하루가 참 뿌듯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누구도 남아있지 않는 텅 빈 사무실을 지키며 추운 겨울 찬바람이 스며드는 곳에서 손을 호호 불면서 온몸을 담요로 꽁꽁 싸매고 책상을 지켰다. 더울 때도 전기세가 아까워 선풍기를 틀거나 가까운 카페에서 업무를 보았다. 그렇게 자리를 지키며 했던 일은 제안서 쓰기와 포스터, 카드 뉴스 디자인하기, 블로그와 카페 포스팅 등 다양했다. 공문 작성과 메일 보내기, 계산서 발행과 입금 처리하기 등 업무 실행부터 행정 처리까지 모든 일을 직접 했다. 물론 사장으로서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게 돈을 아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장의 시간이라는 것을.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장의 시간 부족이다. 사장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해내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중요한 전략적 판단과 다양한 경험과 관계에서 비롯되어 나오는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관계의 중재자로서 역할 등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지금도 무엇이든 누군가에게 맡기기만 하려고 해도 다 돈이 들기에 조직화와 프로세스의 정립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전형적인 대리 같은 사장이었다. 최종 직장에서 대리로 사회생활을 마무리해서 그런 것 일까. 매번 1인 가게를 하는 것 같은 사장이었다. 그저 중요한 상황은 내가 ‘땜빵’하고 만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러한 태도는 개인의 삶을 여유 없게 만들었고 업무적으로도 조급함과 불안함만 키워나갔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쉽게 일을 놓지 못한다. 남에게 맡기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 걸까? 조금만 시간이 남을라 치면 직접 뛰어들어야 직성이 풀리곤 한다. 


나는 조금 더 게을러야 했다. 앞으로는 좀 더 게을러질 것이다. 동료에게 나의 일을 나눠주고 믿고 위임하며, 원칙과 방향은 지키면서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그들이 성장하고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활동이 얼마나 의미 있고 성공에 가까운지는 모르나, 내가 더 게을러져야 회사가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업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를 대신하면서 내가 아니어도 일이 진행되고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역시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하며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나의 성실함은 불안함에서 출발했다. 무언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절실함은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젊은 사업가의 불안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불안함은 나의 체력과 정신을 계속 소모시켰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내게 사치였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때 조금만 더 불안함을 덜어냈다면 생각의 여유가 생겼을 것이고 조금 더 큰 그림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간절히 바라고 힘을 주면 멀리 보지 못한다. 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힘을 빼고 진행할 때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지금 시점에도 열심히 일 하고 있지만, 기계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츠타야 병 이후의 난 조금 심리적 여유 혹은 안정감이 생겼다. 관성의 법칙처럼 일단 현상유지 이상은 어떻게 해서든 될 거라는 믿음이다) 


김건우.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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