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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Oct 11. 2022

착한사장 콤플렉스로 모두가 길을 잃어버렸다

좋은게 좋은거지는 사장한테만 해당하더라, 모든 것에 명확성을 더해야한다

나는 늘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 어떠한 의견도 경청하는 사람. 그러면서 직원과는 딱딱한 관계가 아니라 선배이자 후배, 친구로 남고 싶었다. 최대한 욕먹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다수 대 다수 대화보다는 일 대 일 대화를 좋아했다. 상대는 늘 나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힘이 되길 바랐다. 나의 경험과 생각은 언제나 그럴싸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대단한 경험을 한 것처럼 그러한 경험 속에 상대도 은근한 동의와 감동을 받길 원했던 거 같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다르게 나는 언제나 욕을 많이 먹었다. 뒤에서 욕하는 건 일상이었고 회사 내 직원 평가에선 악플도 달리고 나 없는 자리에서는 심할 정도의 이야기도 돌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언제나 직원들 앞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의 바람과 다르게 나는 더 큰 욕을 먹었다. 


나쁜데 일 잘하는 사람과, 착한데 일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보통 전자를 좋아한다. 나는 착한 사장 콤플렉스에 빠졌었다. 나는 모두의 의견을 들어주느라 모든 사람의 좋은 면과 그들의 입장을 생각했다. 

조직은 결코 민주적인 집단이 아님에도, 의견을 경청하고 가능한 반영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기 기대했다.


그럼에도 나 역시 결정하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았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상대방을 키워준다는 생각을 핑계 삼아 부담되는 말과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애써 빨리 넘어가려고만 했다. 그러다 보니 의견 조율이 아니라 그냥 의견을 뭉개기 일쑤였다. 


이러한 생각과 활동은 결정을 미루고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었다. 겉으로는 착한 사람으로 조직을 이끌려고 하다 보니 기준이 없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매번 이랬다 저랬다 결정을 반복하기도 했다. 한번 결정했다면 믿고 맡겨야 함에도 노파심에 신뢰하기 못한 적도 많았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괜찮은 것 같으면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하다 보니, 나에게 정확한 업무, 필요한 회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이 느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해당 사항을 주제로 회의를 하면서 듣고 싶은 대로 의견을 몰아가기도 했다.


서점을 하기로 했습니다! 

네? 대표님, 요즘 누가 책을 읽나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니까 우선 원천소스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원천소스 확보랑 서점이랑 어떠한 관계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해보니까, 출판사랑 관계 맺기가 어렵더라고요, 서점을 하면서 교류도 하고 자연스럽게 콘텐츠 활용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때요? 

그렇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같습니다. 

네 그래서 두 번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두려고 해요. 일단 서점이나 스튜디오나 유휴공간이란 게 있으니, 거기에 책을 갖다 두고 서점이라 붙여놓으면 모객도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튜디오도 잘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공간에 책만 갖다 둔다고 서점이 될까요? 

물론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 붙여놓고 시작하면 안 될 것 없을 듯한데 어때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을까요? 의견 좀 주세요

...  


실제 논의했던 회의 중 일화인데, 반대되는 의견을 설득하려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견을 달라는 말로 대화를 이어가면 이후에 소극적인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못할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자기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작은 조직에서 일을 줄이는 건 불가능하기에, 덧붙여서 일만 늘어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초보 사장이었던 나는 모두가 나처럼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늘 일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의견을 개진한 그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착각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며 자기 암시하면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런 일이 쌓이다 보니 작은 일들이 계속 살을 붙여서 덩어리처럼 느린 조직이 되었다. 개인의 일이 명확해지지 않고 내가 이곳에서 방향을 잃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일을 하다 보니 모든 것들이 대표에게 집중되어 버린 듯했다. 


의견을 공유하고 나누면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대를 생각한다고 했던 것들로 욕먹지 말아야지라고 했던 게, 더 큰 화가 되어 되돌아왔다. 회사는 휘청였고, 핵심 인재는 퇴사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충원하고 가르치느라 또 시간을 허비하고 그들은 적응하지 못한 채 다시 떠나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던 생각 회사 발전을 저해했다. 우리는 어느새 유행 따라, 뭔가 될 것 같으면 우선 해보는 카멜레온 같은 기업으로 인식되어 버린 듯했다. 좋게 말하면 유연한 사업적 태도고, 안 좋게 말하면 이것저것 다하는 구체성 없는 기업이다. 그렇게 발전하지 못한 조직의 끝을 보게 되었다. 서점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 결국 나와 이사 그리고 실장 딱 세 명이 남았고, 회사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김건우.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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