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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ug 15. 2020

땡볕 받고 유네스코 유적 더블_아자르임&임나드라 사원

레몬 블루 몰타


'블루'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블루 그로토(Blue Grotto'를 뒤로 하고

다음 여정을 계속한다.


목적지는 몰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중 하나인

'Ħaġar Qim & Mnajdra' 사원.

블루 그로토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이 몸은 이미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두 번 다녀왔고  

제주 올레, 북한산 둘레길 등

자칭 도보 여행을 좋아하기에

30분 정도의 걷기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러나,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아차, 아니지,

땡볕은 쨍쨍 아스팔트는 후끈한

한여름 지중해 날씨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짜증 나게 만든다.


실은, 애초부터 걸어갈 생각은 없었다.

블루 그로토의 버스 정류장에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그곳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있었다.


십여 분 기다리자 버스가 와서

기사님께 물어봤다.

"이 버스, 하가르 킴 가지요?"

"안 가요"

"구글에서는 간다고 나오는데요?"

"저쪽으로 걸어가세요"


헉... 왜 안 간다고 할까?

구글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걸까?

하여간 기사님이 걸어가라 하니

버스에서 내렸다.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면

인터넷 정보를 더 신뢰하고

설령 목적지와는 다른 곳으로 간다 해도

일단 근처까지만이라도 가자는 생각으로

무조건 고(Go~)를 외쳤을 텐데,

난생처음 온 몰타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내 몸에 수분이 그렇게나 많았던가?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물이 80%라고 배우긴 했으나

몸 전체에서 배어 나오는 이 수분이

단지 '땀'이라 불리는 물질인지

아니면, 내 몸이 어느 강물의 수원지로

스스로 탈바꿈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물이 줄줄 샌다.


드디어, 하가르 킴 안내문이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버스 정류장에 아까 타려 했던 버스 번호가

떠억~하니 쓰여있지 않은가!!!


왜 기사님은 이곳으로 안 간다고 했을까?

순간 어떤 생각이 팍~ 들어서

론리 플래닛 가이드 북을 꺼내 들었다.


위 사진 속의 표지판에서 보듯

이 유적지의 이름은 Ħaġar Qim.

자세히 보면 Ħ가 영어 알파벳의 H와는 다르고

g 위에 점이 찍혀 있는데

이를 [adge-ar eem]으로 발음하라고 쓰여있다.

그러니까...[하가르 킴]이 아니라

[아자르 임]이 현지 발음에 가까운 것이리라.


혹시, 내가 아까 [아자르 임]이 아니라

[하가르 킴]이라고 하는 바람에

기사님이 잘 못 알아 들어서

안 간다고 한 걸까?

정말 그렇다면 참으로 슬퍼진다.

안간다고만  했어도 될 걸

굳이 걸어가라고 권유한 걸 보면

아주 못 알아들은 것같지는 않은데...

버스 탔다면 5분 만에 왔을 거리를

굳이 육수 빼가며 30분을 소비했다는 말인가.

정말... 미치겠다.




'아자르 임'과 '임나드라' 로 들어가기 전에

4D 영화를 보고, 전시장을 통과해야 한다.

영화의 스토리 및 전시 컨텐츠는

이 유적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는 것인데,

[아자르 임]을 [하가르 킴]으로 발음하는

무딘 언어 센스와

작심삼일도 아닌 작심삼분 식으로 학습해온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라

들어보니 소음이고 읽어 보니 그냥 문자여서

무심한 척, 그냥 쓰윽~ 사원으로 향한다.


  

첫 번째 사원은 '아자르 임' 사원.

어라? 그런데 여기가 호주였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온 줄.

가만 보니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천막을 씌워 놓았다.


아하, 이런, 또 한 번 절망...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물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인데...

오래된 고대 유적지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장면을 담는 것이 정석.

그런데 천막을 씌워 놓았으니...



사원의 이곳저곳을 찍긴 하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느 나라나 대부분 고대 사원(Temple)은

신과 소통하는 장소 거나

절기를 판단하는 곳이려니 하는데

천막으로 덮인 BC 3천 년대의 돌덩어리를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


다시 론리 플래닛을 펼쳐본다.

앗, 그렇구나.

이 사원에서 발굴된 유물이 있는데

'fat lady'와

'Venus de Malta'라 불리는 조각상이다.

에휴, 내가 지금 여행을 하는 건지

론리 플래닛 독해를 하는 건지...

무척 한심하긴 하나,

현장에서 공부하며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다.


좌측 : Venus de Malta,            우측 : fat lady  (출처 : Google 이미지)



전시장 천정에 있던 사인(sign), 이곳에서 발굴한 고대 비너스 상을 활용했다.


fat lady 조각상과 관련 있는 돌덩어리

가이드북이라도 읽고 보니

막막했던 마음이 조금 풀린다.

아까 지나쳤던 전시장의 사인(sign)과

몇 천년 묵은 돌멩이가 다시 보인다.





다음으로 '아자르 임' 사원 옆에

500~700m 떨어져 있는

'임나드라' 사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또 한차례 허걱~!

내리막 길이다...

임나드라로 가는 길은 편해도

올라올 때는 언덕길이니 허걱 할 수밖에.

게다가 또 지붕에 천막을 씌웠다.

다시 한번 미치겠다 정말.

도대체 사진을 어떻게 찍으라는 건가.


THE ISLET OF FILFLA


내려가는 길의 좌측으로

섬이 하나 보인다.

오전에 블루 그로토에서 나올 때 봤던 섬.

저 섬도 몰타의 고대 유적 중 하나라 한다.


임나드라 (Mnajdra) 사원


사실, 임나드라 사원에서는

어떤 사진을 찍겠다고 미리 계획해 두었다.


유로 (EUR) 화폐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별로

특색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데

몰타에서 만든 EUR 동전에

임나드라 신전이 새겨져 있다고 해서

이걸 촬영하려고 마음먹었다.

(도서 참고 : 그럴 땐 몰타, 이세영 지음)




짜잔~ 일곱 번의 시도 끝에

의도에 맞는 적절한 사진을 찍었다.

왼손으로 쪼끄만 동전을 들고

삼각대 없이  

오른손으로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정확히 동전에 맞춰 촬영.

별 의미 없는 사진이긴 하나

혼자 여행 와서 혼자 놀기의 진수라 하겠다.



BC 3600년~3000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임나드라 신전은

어떤 용도였는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한다.  


이 쪽으로 일출 빛이 들어오려나???


다만,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또~!)

떠오르는 햇빛이

6월 하지 때는 어느 창문에

12월 동지 때는 제단을 비춘다 한다.


앞으로 또 다시 몰타 여행을 할 때는

6월이나 12월에 와야겠다.

천막으로 덮여 있어서

임나드라 신전으로 들어오는

일출 빛을 촬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행팁톡(tip talk)***

< Ħaġar Qim & Mnajdra Temple>

- 입장료 : 성인 EUR 10 / 어린이 EUR 5.5

- 운영시간 :  9시~18시 (4월~9월)

                     9시~17시 (10월~3월)


*아자르 임 사원과 임나드라 사원 사이에

 셔틀 카 운영. (EUR 2.0)

 그러니 꼭 걷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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