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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Dec 06. 2020

단순함의 美_제주 '추사관'

제주 공간 여행

*아래 사진은 '17년 4월과 6월에 촬영했습니다.

  이후 외벽 보수 작업이 진행돼 지금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 추사 김정희 <세한도>


국보 제180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고등학생 때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작품.

추사는 단지 붓글씨를 잘 쓰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세한도>를 봄으로서 추사의 수준 높은 예술 세계를 알게 됐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꼭 닮은 건물이

제주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데,

건축가 승효상이 지은 '추사관'이 그곳이다.


서귀포 대정읍 추사로 44 지역은

과거 김정희가 유배 생활을 했던 곳으로

미술관인 '추사관' 뿐만 아니라

김정희가 살았던 집을 재현해 놓았다.





'추사관'의 첫인상은 '단순함'이다.

솔직히, 볼품없다 해야 할까?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톰 아저씨의 오두막 집>이 저렇게 생겼을까 싶기도 한데, 이 단순한 외경은 <세한도>에 그려져 있는 집을 모티프로 했다 한다.



좌 : 추사관에 있는 세한도(일부분) / 우 : 추사관 뒷 모습


추사관 내부 전시실에 있는 <세한도>와 추사관의 뒷모습을 비교해 보면 정말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추사관 전시실은 지하에 있다.

이는 <세한도>에 담긴 절제된 분위기를 반영하고자

추사관 건물이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 들었다.

즉, 충분한 전시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지상층으로 올리지 않고 지하에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하 전시실 입구를 등지고 걸어 내려온 계단을 바라본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은 아마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8년씩이나 제주도에서 유배를 했던,

결코 순탄치 않은 추사의 인생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지하 전시 공간 역시 단순하다.

그런데... 너무 단순해서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해설을 신청할 수도 있긴 하지만

혼자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솔로 여행자로서는

학예사의 해설을 듣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조용히 소개 글을 보는 것이 좋긴 한데

전시물의 맥락을 잘 모르겠어서 막막하다.


<세한도>는 진품이 아니라 100여 개의 영인본 중 하나라 한다.

꼭 진품을 봐야만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반 고흐 뮤지엄에 고흐의 원작이 없고

로댕 갤러리에 로댕의 원작이 없다면

그 전시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추사관에 있는 모든 작품이 원작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세한도>에 그려진 집을 본떠서 만든 추사관인데 그 <세한도>가 진품이 아니라 하니 어딘가 허탈하다.


*추신 ('21년 1월 23일) 

세한도 진품을 국립중앙박불관에서 봤습니다. 

<한겨울 지나 봄 오듯>, 전시 타이틀이 참 멋있습니다. 

세한(歲寒)이란, 설 전후의 가장 심한 추위라는 뜻이기에 

전시 타이틀을 그리 정했나 봅니다. 


진품에서,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그린

붓 터치를 보니

추사 김정희의 고독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세한도 진품은 손창근 선생이 소장하고 있다가 

2018년에 국가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추사관의 백미(白眉)는 전시실에 놓인 추사의 작품들이 아니라 1층 내부 공간이라고 단언한다.


동그란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그 창문을 바라보는 맞은편에 추사 김정희의 흉상이 놓였다.

<세한도>의 단순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다.

땅과 맞닿은 곳에 창(窓)을 내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 또한 단순하다.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지...

우리네 삶을 실제로 이렇게까지 단순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저런 물건들로 가득 찬, 복잡한 방구석과 집구석을 보면 최대한 단순하게 살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좌 : '17년 4월 촬영 / 우 : '17년 6월 촬영


김정희 동상을 본다.

외모를 봐서는 동네 할아버지나 시골 훈장님 스타일인데

붓글씨와 그림, 문학 등 수준 높은 예술가였다니...





대한민국의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이 세운 제주 '추사관'은 제주 시내 버스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또한 근처에 적절한 카페나 식당이 없어서 오래 머무를만한 지역이 아니다.

지역 역시 <세한도>의 분위기와 일치한다고 해야할까?

(솔직히, 필자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계속 고즈넉한 지역이길 바란다)


제주 추사관은 마음이 복잡할 때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세한도>의 단순함을 반영한 추사관의 외경과

1층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참고 : 제주 추사관 홈페이지

제주추사관 (je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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