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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Aug 29. 2024

오감으로 느끼는 계절


맴맴맴매-앰~ 맴맴맴매-앰~

장마가 끝나고 쨍한 여름이 찾아오니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달라졌다. 봄 내내 새소리에 잠이 깼는데, 여름이 오니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매미로 바뀌었다.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조금 시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언젠가 듣기로 매미는 7년이 넘게 애벌레로 인고의 시간을 지나 겨우 한 달 정도만 우리가 아는 매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 한 달의 시간 안에 짝도 찾고 알을 낳아야 하는데, 수컷 매미들이 맴맴하고 우는 큰 울음소리는 바로 암컷에 구애를 하는 것이라고 하니 어쩐지 그 소리가 측은하게 들리기도 한다.


작은 정원을 일구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소리, 공사소리, 사람들 소리에 둘러 쌓여 살고 있을 때는 계절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까치, 참새, 박새 등 다양한 새들의 소리가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들려와 정원을 가득 채운다. 여름이 깊어가며 정원은 한층 더 다채로운 소리로 채워지는데, 매미, 개구리, 귀뚜라미 같은 곤충들의 소리로 가득 찬다. 비와 바람의 소리도 4계절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정원을 가꾸고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색과 모양을 띄는 식물들의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한다. 자연의 색은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고 했는데, 같은 꽃들도 피어나는 꽃송이마다 색이 다르고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이 빚어내는 색깔도 매일매일 다르다. 같은 나무와 꽃 그리고 흙의 감촉도 계절에 따라, 습도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정원에서 매일매일 달라지는 자연과 함께 더 섬세하게 감각할 수 있게 되었고, 정원이 우리의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여름밤 마당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는데, 멀리서 개구리소리가 들려왔다. 개구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이 갑자기 심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그거 알아? 우리가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고 이사를 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충만해졌는지? 우리가 일상에서 또 정원에서 하고 있는 많은 루틴들이 행복과 관련된 옥시토신,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형성하고 있어"


매일 아침 마당을 쓸고, 정원에서 몸을 움직이며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엔도르핀이 발생하고, 정원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햇빛을 많이 받고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세로토닌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남편의 말에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의미 없는 짧은 동영상을 보며 도파민에 중독되어 몇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보다 비가 온 뒤 젖은 땅에 풀을 뽑는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이 적어도 내 몸과 마음에 더 이로운 것은 확실하다.


봄의 향기, 여름의 소리, 가을의 색, 겨울의 감촉. 매 계절 새롭게 오감을 일깨워주는 우리의 작은 정원은 일상에서도 자연과 매일매일 연결해주고 우리 역시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예쁘다’, ’아름답다‘ 같은 말보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말뿐 아니라 사람도, 관계도 말이다. 정원과 함께하는 나의 삶도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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