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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May 04. 2024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챌린지

관찰자로서의 입문 시도

주어진 상황에서 시도해 보는 관찰의 힘에 대해 전략 컨설턴시 ReD Associates의 Founder이자 국내에도 잘 알려진 ‘Sensemaking’, ‘Look’의 저자 Chriatian Madsbjerg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관찰은 상대의 활동, 정체성, 인식, 그리고 필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린 살면서 관찰이 중요하다는 건 익숙하게 들어왔습니다. 다만 각자의 입장에 쉽게 몰입하기에 상대의 입장을 확인할 여유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상황이 많았을 뿐입니다. 연인과의 다툼, 남매 사이에서의 긴장감, 직장 내 미팅 룸에서의 불편한 대화가 낯설지 않은 매일을 우리는 지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은 쉽게 관찰자로서의 경험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챌린지를 제안해보려 합니다. 


#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챌린지


2009년, 동생이 며칠만 맡아달라 부모님 품에 밀어 넣은 고양이는 현재는 가족으로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화로 세상을 떠난 두 마리의 강아지들과 너무 달랐던 부분은 녀석의 '시선처리'였습니다. 


개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다가와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반면 고양이는 관심을 받고 싶은 상황에서도 가까운 위치에서 등진 채 앉아 꼬리만 흔들며 사람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사람처럼 옆으로 누워 잠든 상황에서도 눈을 떠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고양이를 15년 넘게 지켜보며 관계에 대한 고양이만의 독특한 관점을 편협하지만 일부 확인했다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안정감을 느끼는 거리 유지, 이를 위한 끊임없는 태도 변화'


이 제 나름의 깨달음은 아래의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챌린지에 대한 배경 지식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그 타당성을 조금 더 확보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 챌린지 배경


A. 왜 길고양이인가?


길고양이의 삶에 대한 몇몇 연구에서 밝혀진 독특한 행동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명확하고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그룹을 형성한다.

- 이러한 상호작용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선택적으로 발생한다. 

-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 유연성을 보인다.

- 특히 길고양이는 자원의 가용성에 따라 사회적 삶이 달라진다.


이는 고양이가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높은 사회적 일반성'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동료 고양이와 강한 유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사회적 행동은 생애 경험과 유전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나아가 길고양이가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선택하며, 개인적 공간과 사회적 규범을 인지하는 동물로서 보이는 행동 양식은 인간 사회 내에서의 행동과 유사점을 많이 가집니다. 이러한 사회적 일반성은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번 챌린지는 이 점에 주목합니다. 


B. 길고양이의 상황 이해


길고양이의 현실: 서울시는 2021년 9~10월 28개 지점 관찰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내 길고양이 수를 대략 10만 마리로 추산했습니다. 경기도로 시선을 넓히면 도 전체 면적 22%에 해당하는 '주거·상업·공업·녹지·계획관리지역에 서식하는 수'만 약 35만 마리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멸종위기의 새를 공격하기도 한다는 의견들과 맞물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 간 입장차를 만들고 나아가 길고양이를 향한 혐오를 낳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길고양이 입장에서의 현재의 환경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 수 있습니다. 먹이 부족, 교통사고 위험, 영역 분쟁 등 매일 직면하는 위협으로 인해 길고양이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 주변이나 번화한 도시 지역에서 발견되는 길고양이들은 질병 및 위협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일반적으로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C. 고양이의 행동에 대한 기본 이해


1. 색 바랜 세계 속 고양이

보통 망막에 있는 원뿔 세포가 색각을 담당합니다. 인간은 tricromats를 보유하고 있어 파란색, 녹색, 빨간색을 인지할 수 있는 반면 고양이는 dicromats, 두 가지 색상인 파란색, 녹색 만을 인지합니다. 


즉, 빨간색이 빠진 고양이의 시선에서는 우리와 비교해 '색상이 바랜 세계'로 비쳐짐을 의미합니다. 


2. 6~8배 높은 야간시력의 고양이

고양이는 밤에 눈동자를 최대한 확대해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간에 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보는 점은 동일하나 밤에 활발히 활동하는 고양이가 높은 야간시력을 보유한 점은 분명합니다.


3. 가까운 물체의 세부 사항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

"20/20 시력을 가진 사람은 20피트 떨어진 곳에 선 일반인이 안과의 테스트 차트를 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안과 전문가이자 녹내장 전문가 McKinney 박사는 인간의 시력에 대한 기준을 20/20으로 간략히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비해 고양이의 시력은 20/100 또는 20/200이라 합니다.

이는 곧 고양이가 눈에 근육이 없고 렌즈를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보기에 일반적으로 가까운 지점에 있는 물체의 세부 사항을 인간처럼 확인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애초에 고양이의 눈은 세부 사항이나 고해상도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오히려 전체적인 움직임을 감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데 적합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길고양이에게 다가설 때 거리감 조절 시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4. 불편해하는 고양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길고양이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오래 쳐다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고양이가 불편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진정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며 물러서면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눈동자가 검은 접시 모양으로 크게 확장된 상태라면 과도한 자극에 대한 불안의 신호입니다. 이 같은 스트레스 상태 확인의 징후를 놓치면 긁힘을 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눈꺼풀을 가늘게 뜨고 동공이 수축된 상태는 조심하라는 강력한 경고일 수 있다 하니 이는 모두 고양이 관찰 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 길고양이 관찰에 임하기


*여기서부터의 내용은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방법임을 미리 밝힙니다. 이 글의 목적은 관찰자로서의 경험을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를 전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시도하는 사람마다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마다 다른 상황에서 다른 접근이 적절할 수 있기에 이 점은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점진적 접근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관찰을 시작합니다. 잠시 하늘을 보며 외부자로서의 관찰을 위한 태도를 상기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되도록 시선은 마주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범위가 큰 신체 행동도 최대한 자제하며 고양이가 부담을 느끼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거리를 찾아 조금씩 다가갑니다. 서두르면 자연 상태에서의 고양이의 상황을 깨게 되고 관찰자가 곧 침입자가 되기에 이를 주의하는 게 주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B. 경계 존중

관찰 진행 시 고양이는 불편해하거나 떠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상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게 관찰자로서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강제로 먹이 등의 상호 작용을 시도하면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사람이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한 번의 만남보다는 여러 차례 같은 장소 방문 및 머무르기가 안정적인 관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C. 안전한 상호 작용 만들기

고양이의 시선 속에 존재하지만 눈을 굳이 마주치지 않은 상황에서 근처에서 머무는 시간을 유지하다 보면 고양이 또한 사람의 의도를 향한 의심이 사라질 확률도 높아집니다. 관계에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나 확인하며 조금씩 몸을 가까운 위치에 놓는 시도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섣불리 손을 뻗기보다는 고양이가 근처에 다가올 때를 기다려보는 것이 관찰자로서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개나 강아지와 달리 배는 생명과 직결되어 예민하게 생각하는 고양이이기에 되도록 드러난 부위에 손을 대는 게 적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 학습 포인트


A. 상대의 세계에 대한 존중
길고양이라는 낯설지만 친근한 대상에의 관찰을 통해 거리감에 대한 이해, 거리 두기의 현실적 적용에 대해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가족이나 동료, 연인 등의 익숙한 관계 내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이나 긴장 어린 관계에 있어 보다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상대의 입장과 세계에 대한 상호 존중은 보다 성숙한 대화의 과정과 결론 도출에 도움이 됩니다.


B. 자연 상태를 헤치지 않는 머물기

우리는 상대의 행동에서 습관적으로 의도를 읽어내려 합니다. 실제로 행동은 그 안에 반영된 의미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행위자가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반가운 마음에 길고양이에게 급하게 다가가 먹이를 던지거나 성급히 손을 뻗는 시도는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위협의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눈앞에 머무르고 있는 길고양이의 상황을 기반으로 관찰자로서 어떻게 현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의 고민이 관찰과 관계 만들기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상사나 가족 중 누군가가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 즉각적인 대응보다 관찰을 통해 상황 파악과 원인을 이해하는 접근이 적절한 대응이 되는 경우와 이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C. 공감의 폭 넓히기

고양이에게 손을 뻗는 결정에는 상호 간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공감의 수준을 확인하는 수단은 길고양이 대상으로는 비언어적 신호와 이에 대한 적절한 해석뿐입니다. 옆에 조용히 머물고 있는 사람에게 드디어 고개를 돌리거나 천천히 다가와 치켜든 꼬리를 들이미는 등의 길고양이의 반응을 확인한 뒤에 비로소 손을 내미는 상황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비언어적 신호를 통한 공감했다는 결론을 확인하는 능력은 관계에서 꽤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이나 식사를 챙겨주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처럼 때로는 관찰자로서의 판단 미루기를 의도적으로 시도해 보는 건 유의미한 결과에 가 닿을 수 있습니다.



Chriatian Madsbjerg는 '관찰'을 통해 세계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주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자신과 타인,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의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길고양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게 될 세심한 관찰과 인내는 인간 사회에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소통과 공감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여기 이 긴 글로 제안해 보았습니다.




5월의 연이은 휴일이 시작된 첫날입니다. 여유로운 시간 중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밖으로 나가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챌린지를 시도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references;


What's inside your cat's head? 

The Social Lives of Free-Ranging Cats

How Cats See the World: Understanding Their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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