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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lity Bias라는 마약

Chapter 1. Old Defaults

by Ryan Son

폭격음이 들려도 사람들은 출근했다


“새벽 5시, 창문이 흔들렸다. ‘일단 지각하면 안 돼’ 그게 첫 생각이었다.”

― 카테리나·29세·키이우 브랜드 매니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키이우 전역에 첫 미사일을 쏘아 올리던 순간에도 키이우 지하철은 피난처보다 출근길로 더 붐볐다. 시 당국은 첫 공습 직후 열차를 24시간 피난 셸터로 전환했지만, 통근 시간대 승·하차 인원 감소폭은 고작  3 - 4 %에 그쳤다.


키이우의 ‘출근 본능’은 오래 준비된 본능 같았다. 침공 2주 전에도, 길거리에 늘어선 모래주머니와 시내 8곳 드라이브 스루‑대피소는 ‘사진용 세트’ 취급을 받았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현실에 침투해도, 사람들의 뇌는 그것을 ‘곧 지나갈 돌발 이벤트‘로 압축 저장했다.


바로 이 무의식적 축소 과정이 Normality Bias의 본색이다.


‘정상’은 왜 두려움보다 달콤한가


행동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손실 회피(Loss Aversion)가 공포를 지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위기 분석 전문가들은 우리가 회피하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내러티브의 붕괴’에 가깝다 주장한다. 뇌가 예측 가능성에 도파민 보상을 연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낯선 위협은 뇌 피질을 과열시키지만, “괜찮을 거야”라는 문장은 에너지 소모 없는 보상을 즉시 준다. 위기 상황 시 정상성이 미약과 같은 이유다.


4단계 진행 모델 — 무시 · 합리화 · 경직 · 패닉


단계 행동 | 양상 | 전형적 독백

A. 무시 - 경고음을 듣지 않음- “설마 실제로 일어나겠어?”

B. 합리화 - 의미 축소, 예외 취급 - “언론이 떠들어야 시청률 나오니까.”

C. 경직 - 행동 중지, 대기 - “상황 좀 더 지켜보자.”

D. 패닉 - 과잉 반응, 혼란 - “왜 미리 말 안 했어!”


핵심은 ‘합리화 -> 경직’ 구간이 길수록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로 커진다는 사실이다.


MIT Sloan의 2024년 위기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위기 시나리오를 제시받은 30개 기업 팀 중 75%가 '추가 데이터를 더 봐야겠다'며 의사결정을 24시간 이상 지연했고, 그 하루 지연이 평균 피해액을 약 2.8배로 폭증시켰다. (MIT Sloan Exec Ed 세션 구두 발표 2024.05)


현실 부정 사례 — 키이우 침공 (2022)


A. 무시 : 메가폰보다 더 큰 침묵

2022년 2월 13일, 미국 CIA는 '48시간 내 침공' 특별 브리핑을 우크라 정부와 언론에 공식 전달했다. 그러나 키이우 시민들의 검색 트렌드는 “Valentine’s Day gift” 키워드가 28 % 상승했다. 전쟁은 없었다—적어도 검색창 속에서는.


B. 합리화 : 정치의 언어 게임

현지 방송 1+1 TV는 '푸틴의 협상용 압박'이라는 정치평론을 하루 3회 반복 송출했다. 뇌는 이것을 '이야기 프레임’으로 저장했고, 위험 시그널은 프레임 밖으로 밀려났다.


C. 경직 : 앱 알림은 울렸지만 다들 멈춰 섰다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던 새벽, Sirena 알림 앱은 12분 간격으로 위협 경보를 보냈다. 하지만 대피 행동으로 이어진 사용자 비율은 단 14 %(Sirena Press Kit, 2023). 키이우 시민 다수는 '일단 회사에 연락부터'라는 조직 루틴을 우선시했다.


D. 패닉 : 48시간 뒤 교통지옥

침공 D+2, 키이우 외곽 도로는 피난 차량이 꼬리를 60km 넘게 이었다. 연료 부족으로 차량이 멈추면서 사람들은 짐을 버리고 걷기 시작했다. GPS 이동 속도는 시속 4.2km, 난민 행렬의 평균 걸음 속도와 같았다.


그렇게 폭탄보다 합리화의 침묵이 전쟁을 길러냈다.


현실 부정 사례—2023 터키 대지진


위험이 곧 ‘일상’이 된 땅

터키 카흐라만마라슈 지방은 과거에도 진도 6 이상 지진을 여러 차례 겪었다. 주민들은 긴급 알림을 ‘또 경보겠지 ‘라고 받아들였다.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 17분, 7.8 규모 첫 본진이 지나간 뒤에도 인구의 40 %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봉급날 신드롬

지진 직후 현지 SNS에는 ‘집 무너지면 보험금 나온다 ‘, ‘학교 휴교면 월급은 그대로‘ 같은 글이 돌았다. 위험보다 경제 루틴이 더 강력한 동기였던 셈이다.


패닉과 마비 — 56, 000명의 그림자

UN OCHA 집계 기준, 터키·시리아 양국 사망자는 59 ,537명(터키 53, 537, 시리아 약 6, 000). 부실시공, 늦은 대피, 구조 지연이 한꺼번에 이 같은 비극의 숫자를 만들었다. 특히 카흐라만마라슈의 사망률은 인접 도시보다 2.2배 높았는데, 이는 ‘첫 본진 후 30분’ 행동 양상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현실 부정 사례 —  Silicon Valley Bank 붕괴(2023)


무시 | “스타트업계의 금고라는데…”

2023 년 3 월 8 일 아침, SVB(자산 순위 美 16 위) 주식은 전장 대비 –11 %로 출발했지만, 실리콘밸리 창업자 커뮤니티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하루 이틀 조정' 정도로 해석됐다. 고객 대부분이 동일 인맥(SaaS 창업자·VC)으로 얽혀 있어, 위험 시그널이 닫힌 울타리 안에서 맴돌았다.


합리화 | “여긴 연준도 건드리지 못할 성역”

SVB는 ‘스타트업 전용 은행’이라는 정체성 서사를 40 년 간 구축해 왔다. 창업자들은 '정부가 테크 생태계를 포기하진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했다. 3 월 9 일 오전, CEO 그렉 베커가 "침착하라”라고 밝힌 화상 간담회는 오히려 안도감을 키웠다.


경직 | 디지털 뱅크런 4시간

그러나 같은 날 점심 무렵, 두 곳의 메가 VC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모든 예금을 옮겨라'라는 메일을 보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모바일 뱅킹 앱 슬랙 DM 트위터 해시태그 순으로 불안이 증폭되었지만, 상당수 고객은 '실행 버튼을 누르기 전 CTO에게 보고' 절차를 고수해 3–4 시간을 허비했다.


패닉 | $42 billion 탈출 시도

단 하루, 3 월 9 일 목요일에만 $42 billion(예금의 25 %, Fed Post‑Mortem 보고서 23.04.28 P.2)이 빠져나갔다. 추가로 요청된 인출 금액은 $100 billion—은행 총유동성의 2배였다. 결국 3 월 10 일 아침 캘리포니아 금융보호국은 문을 닫았고, FDIC가 수습에 들어갔다. 합리화로 소모한 24 시간이 역대 최대 속도의 뱅크런으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동일 네트워크 안에서 굳어진 ‘정상 서사’는 디지털 정보 확산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Normality Bias: 평상시 내러티브 중독의 대가


흥미로운 건 언급한 사례들을 통해 데이터로 본 ‘정상 서사의 대가‘와 반복해 확인되는 관련 패턴이다.


수치가 악화할수록 정보 탐색량은 되레 줄고(뉴스 회피), 기존 서사 소비만 반복된다— 즉, ‘정상을 찾기 위한 정보’가 아니라 ‘정상이 맞다는 확인’을 위한 정보다. 결국 Normality Bias는 ‘데이터 부족’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해석권’을 독점하려는 내러티브 중독 현상이다. 키이우·터키·SVB, 각기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 공통점은 다음 셋이다.


1. 동일 집단 에코체임버

같은 언어, 규범, 평판체계를 공유하는 집단에서는 외부의 경보를 초기엔 무시하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한꺼번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SVB 사태에서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내부에서 서로 '괜찮을 것'이라 되뇌며 경고를 흘려보냈다가, 뒤늦게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몰리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2. 정치·경제 루틴의 과잉 신뢰

정책·선거·규제 같은 거시 변수로 위험을 외주화 하며, 실제 지표 변화를 ‘일시적 소음’으로 축소한다. 사람들은 정책, 규제, 보험 등 거시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루틴적 믿음을 갖기 쉽다. 키이우 시민들이 '전쟁까지야 벌어지겠어' 하며 일상 출근을 선택하거나, 터키 지진 당시 '보험금 나오니까...'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은 익숙한 체계에 기대어 위험을 외면한 사례다. 이는 실제 지표 변화를 일시적 잡음으로 치부하며 현실 부정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3. 디지털 전염 속도

현대의 모바일 뱅킹, SNS, 메신저 등은 초기에는 '정상성 신화'를 빠르게 전파하지만, 일단 공포가 번지면 똑같은 속도로 패닉 서사를 증폭해 전파시킨다. SVB 뱅크런이 하루 만에 폭발한 것이나, 키이우 시민들이 하룻밤 사이 태도를 바꿔 탈출 행렬에 합류한 모습은 디지털 시대 정보 확산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심리학적으로 정상성 편향은 위험 경고를 불신하거나 축소하려 드는 경향으로 정의. 재난 시 80%의 사람이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으며, 사고가 닥쳐와도 끝까지 평소와 같은 행동을 유지하려는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예컨대 9·11 테러 때도 70%의 생존자가 대피 전 동료들과 여러 차례 상의하며 시간을 지체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경고를 접하면 즉각 행동하기보다 평소 자신이 익숙한 정보원 4곳 이상을 확인하며 머무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행동 지연(milling)’이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울리는 여섯 개의 경고음


마지막으로, 이러한 Normality Bias의 전형적 양상이 현재 한국 사회의 몇몇 징후에서도 포착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루머: 7월 1일 현재까지 확인 불가)


1. 대선 정통성 논란

- 백악관 성명서 표현 중 'Fair' election에서 따옴표 사용은 미묘한 외교 신호의 의미를 강조한것?

- 국제 선거 감시단 일부가 부정 개표 정황 보고서를 미 의회·행정부에 제출한다는 소식이 있다?

- 위험 포인트 : '이미 통화했다'라며 상황을 축소 · 합리화하는 기사가 확인된다.


2. 축하 외교 결례

- 취임 4 주가 지났지만 G7 정상 중 트럼프·EU 5개국은 공식 축전·통화를 하지 않았다?

- G7 현장에서도 ‘파트너국 참관’만 수행하고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 위험 포인트 : '스타트업 대통령이라 예외적'이라는 정체성 방어 서사가 반복된다.


3. 주택담보대출  6 억 상한 · 외국인 LTV 차등 논쟁

- 개정안은 이미 발효됐지만, 세부 시행령에서 외국인 특례가 배경이라는 말이 돈다.

- 전세의 시대는 끝났다는 표현 등장? 월세 전환 지표가 17 % 급등했다.

- 위험 포인트 : '총선 끝나면 규제 풀릴 것'이라는 과거 정책 기억에 의존한다.


4. 코스피 폭등 vs 원화 약세

- 2025년 상반기 코스피 +27 %,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4 % 약세.

- SNS에서 ‘수익 인증’ 게시물이 58 % 늘어났다.

- 위험 포인트 : 계좌 숫자만 보고 달러·금 환산 가치는 무시하는 상승 착시가 퍼진다.


5. 자동차 관세 +15 % 통보설

- 미 행정부 내부에는 '한국 측 협의 없이 15 % 제시'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

- 한국 정부는 '공식 통보를 받은 적 없다'며 일단 부인하는 입장.

- 위험 포인트 : '이번에도 협상용 압박일 듯'이라는 무시 단계가 지속된다.


6. 금융 제재 B‑List 경고

- OFAC 워치리스트 초안에 ‘KR’ 코드가 올라갔다는 금융권 소문이 떠돌고 있다?

- 뉴욕 코리스펀던트 뱅크 2곳이 한국계 은행에 추가 서류를 요구했다.

- 위험 포인트 : 은행 내부에서도 '실사용 자료일 뿐'이라며 경직(Freeze) 상태가 이어진다.



위 여섯 항목은 아직 공식 확정 사실이 아니나, 앞서 언급되었던 과거의 '정상 서사'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위험 신호를 덮는 전형적 패턴이라 해석 가능한 부분이 다분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설마”라고 넘기지 말고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할 항목들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데이터와 기사, 그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떄일수록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감지된 신호를 다루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볼 ‘설마‘를 깨는 질문


‘이 신호들이 최소 하나라도 진짜라면,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은 당장 무엇을 각오해야 할까?‘


Normality Bias에 맞서 '설마' 대신 '준비'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선제 대응이 앞으로의 생존과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상‘은 과거 데이터의 합이 아니다. 위기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부서지는 마음의 가설이다. 그 가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대비하는 자기 성찰과 용기만이 다음 사태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골든타임을 확보해 줄 것이다.



Source:


Assessing internal displacement patterns in Ukraine during the beginning of the Russian invasion in 2022

Первый день вторжения России. Что происходило в Киеве

Investigating the aftermath of the Türkiye 2023 earthquake: exploring post-disaster uncertainty among Syrian migrants using social network analysis with public health approach

Inside the Silicon Valley Bank Collapse: What Really Happened

Review of the Federal Reserve’s Supervision and Regulation of Silicon Valley Bank

"미친듯이 돈 빼냈다" SVB 36시간 만에 파산시킨 '폰 뱅크런'

Overview and key findings of the 2024 Digital New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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