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욱하는 성질머리

조급함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고

by 제이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응급실에 누워있던 너에게로 가는 길.


제발 차가 막히지 않게 해 달라고, 신호등이 나의 가는 길을 막아서지 않게 해 달라고, 바다가 갈라져 길이 열린 것처럼 나의 가는 길을 열어 달라고, 생전 안 하던 기도까지 하고 출발했건만, 신호등마다 걸렸고 평소보다 차는 두배 정도 많았으며 간신히 사거리를 벗어났지만 또다시 옴짝달싹 못하고 서 있었다.


사고가 원인이었다. 요리조리 사이사이 껴들어 한참만에 도달한 사고 현장. 피자배달 오토바이가 고급 수입차를 받았는지, 오토바이가 가는 길을 차가 가로막다가 받혔는지 알 수 없지만, 건장한 피자배달원과 한 성격 할 것 같은 젊은 아재가 삿대질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히고 애간장을 태웠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었지만 너에게로 가는 길은 뚫렸고, 나는 말에 채찍을 갈기듯 분노의 질주로 내달렸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마주한 너는, 민망할 정도로 멀쩡했다.


그날 밤, 죽을 먹는 너를 보면서, 잠든 너의 얼굴을 보면서(어떻게 하면 입을 다물고 자게 할 수 있을까요. 아시는 분?) 적어도 내게는 긴박했던 응급실 가는 길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굳이 필름을 되감지 않아도 다급했던 기도와 그 정반대로 펼쳐진 도로 상황, 뒤집어지기 일보직전의 마음과 뿜어져 나온 원망, 그리고 분노로 질주했던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교차됐다.




실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만가지 개인적 필요와 (자신에게 해당되는) 긴박하고 절실한 갈구와 (타인이 요구하는) 다급한 요청들이 뒤엉켜 있다.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분노하고 다투고 보복하고 다치고, 심지어 죽고 죽이기까지 한다. 많은 경우 이러한 현상들은 도미노처럼 다른 이와 다른 곳으로 파급된다. 만약 고급 수입차를 들이받은 피자배달원에게 피자가 늦게 도착했다고 한 소리 퍼부었다가는 피자가 얼굴로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피자배달이 지연돼도 언제나 참아야 한다는 뜻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너희들도 알 거라 믿는다. 마음이 타들어갔던 아빠의 분노의 질주 역시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찔하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다. 마음속 끓어오르는 부아를 조절하는데 실패하면, 욕설과 폭력과 자칫 살인까지 갈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우리가 목격하고 전해 듣는 사건들 대부분은 분노가 원인이다. 정체모를 분노가 순간적으로 마음을 뒤덮고 정신까지 집어삼키는 것은 왜일까? 무시를 당한다던지, 무례함, 억울함 등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여유와 평정심을 잃어버리고 조급해 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급함이 마음을 한번 휘저어놓으면 그때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십상이다.



욱하는 성질2 copy.jpg 아우,디게 좋은 차를 받아버렸네



너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수도 있는 어느 햄버거 체인은 45초 만에 버거를 만들라고 종업원들을 닦달한다. 45초는 어쩌면 체계화된 조리시스템을 통해 안전교육받은 대로만 하면 문제없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은 관리자를 압박하고 관리자는 종업원을 몰아친다. 45초 안에 햄버거는 나올 수 있겠지만 위생과 안전과 인격은 온데간데없이 무시될 수도 있다. 목표 설정과 성과관리는 유의미한 것이다. 허나 그 목표와 성과라는 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그 목표가 설정되고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지 따지고 들어가 보면, 아차 싶다. 주문하고 당장 나오길 기다리는 나같이 조급한 인간 때문에 생긴 목표이고 나 같은 인간(들)을 얼마나 만족시켰는지가 성과지표가 된 것이 아니던가! 그 조급함이 바로 분노의 도화선이고 다툼과 사고의 빌미가 아니던가!








가려진 진실의 규명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병든 우리 사회와 싸우는 사람들의 화산 불처럼 뿜어나오는 분노는, 외롭고 처절한 몸부림이지만 아름답고 의미 있다. 하지만 고작 끼어들기나 택배 문제 같은 걸로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분노는 부끄러운 장애에 불과하다. 무시나 충동질을 당해서 이성이 순간적으로 마비되어 그랬다 하더라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문제는, 너도 나도, 쟤도 얘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그래선 안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방심해서는 안될 이유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다시 또 생각해도 분노조절의 실마리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조급함은 평정심을 앗아가고 평정심을 잃으면 어디로 튈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마음에 불길한 파도가 일거들랑 눈 딱 감고 잠시 동안만이라도 파도를 다스려라.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급상승하는 분노 호르몬은 15초 만에 정점을 찍고 분해된다고 하니, 전두엽이 순간적으로 마비되지 않도록 15초만 눈을 감자. 오늘도 여유를 가지고 파이팅.













* 자녀들의 성장에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아빠가, 일상 가운데서 길어 올린 단상을 가벼운 토막글로 엮어 전합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아빠의 마음과 생각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가 닿아서 또 다른 생각을 듣고 배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글 속 삽화는 아이들이 그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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