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조우

냥줍이 아닌, 돔줍의 기회가 온다면

by 윤해

물속에 머리를 넣는 순간, 일렁이는 파도 그림자가 펼쳐져 있었다. 자전거로 언덕을 넘은 수고가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흰모래 덕분에 후루자마미의 바닷속은 맑고 투명했다. 최대 수심이 5m 남짓이라 햇살이 바닥까지 닿아 밝았고, 수온은 29도로 더위를 식히기 딱 좋으면서 슈트는 필요 없을 만큼 이상적이었다. 자마미에서의 첫 다이빙에 걸맞은 바다였다. 잔잔한 바다에 군데군데 산호 무리가 있어서 스노클링만 해도 눈이 즐거울 것 같았다.


물론 프리다이버라면 아기 산호를 눈앞에서 만나거나 물고기 떼 사이로 헤엄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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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자마미 비치에서 펀 다이빙을 즐기고 있었는데 버디가 갑자기 공룡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무언가 있구나!


우선 누군지 모를 해양 생물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브이를 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심히 돌아보니 엄지손톱만 한 물고기와 조우하게 되었다. 야무지게 무늬까지 갖고 있다는 점이 대견했다. 아마도 돔 종류가 아닐까 싶었다. 냥줍의 기회보다 돔줍의 기회가 먼저 올 줄이야. 놀라게 하면 도망칠까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그 노력도 무색할 만큼 녀석은 내 마스크 근처를 당당히 맴돌았다. 어린 생물은 종을 막론하고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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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기에 간택당한 걸까? 형광 주황빛 수영복이 멋진 산호처럼 보였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슬퍼졌다. 내가 물속으로 들어가니 버디의 마스크로 잠깐 피신하고 수면에 올라오니 다시 나한테 붙었다. 하지만 나는 이 아기 돔과 비행기를 탈 수도 없을뿐더러 바다 건너에는 두 마리 고양이와의 동거가 기다리고 있기에 스스로 나를 떠나 주기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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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돔은 내 마음을 전혀 모른다는 듯 결국 해변가까지 따라왔다가, 우리가 물속에서 사라지니까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물고기가 아니었기에 길을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아기 돔은 무사히 집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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