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정원 전세 내기

프리다이빙이 선물한 물속의 고요와 자유

by 윤해

물속은 조용하고 인구 밀도가 낮다. 이 넓은 산호 정원을 내가 다 차지한 듯한 기분. 자마미섬 사람들은 잘 모를 테지만, 한국말로는 이런 걸 ‘전세 냈다’고 표현한다. 물속의 생물들은 대부분 ‘물고기’라는 무심한 분류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방해받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채롭게 살아간다.


인간의 손길이 덜 닿아 있는 바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 바다에는 건물도, 산도 없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그저 끝없이 파랗게 이어질 뿐. 프리다이빙으로 그 안에 들어가면, 나는 그들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는 손님이 된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저 물결에 몸을 맡긴 채.


KakaoTalk_20250810_173839534.jpg


물속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다. 물 밖에서는 원치 않아도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되지만, 물속에서는 오직 물살이 스치는 소리와 물고기들이 산호를 건드리며 내는 작은 달그락 거림만이 들려온다. 그 고요함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공간이 넓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가진 듯하다.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숨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그 안에 큰 장점이 있다. 숨을 쉬기 위한 장비가 없으니 물속이 훨씬 조용하고, 몸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이제는 움직이지 않으면 2분 55초, 움직여도 1분 정도는 무리 없이 머물 수 있다. 마스크와 핀만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는 이 자유로움은 다른 어떤 다이빙 방식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KakaoTalk_20250810_173854641.jpg


그래서 프리다이빙은 종종 ‘우주 유영’에 비유된다. 앞으로 나아가되 저항을 최소화해 부드럽게 물을 가르고, 때로는 하늘을 향해 누워 햇살이 물결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본다. 중력이 사라진 듯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물을 가르며 나아갈 때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감각, 그 순간이 주는 평온함은 말로 다 전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기록을 경신하거나 새로운 생물을 발견할 때 느끼는 짜릿한 도파민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이렇게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시간이다. 바다가 허락하는 이 고요와 넓이를, 더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자마미에 산다면 이 바다에 더 자주 뛰어들 수 있겠지.

keyword
이전 05화하트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