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이 선물한 물속의 고요와 자유
물속은 조용하고 인구 밀도가 낮다. 이 넓은 산호 정원을 내가 다 차지한 듯한 기분. 자마미섬 사람들은 잘 모를 테지만, 한국말로는 이런 걸 ‘전세 냈다’고 표현한다. 물속의 생물들은 대부분 ‘물고기’라는 무심한 분류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방해받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채롭게 살아간다.
인간의 손길이 덜 닿아 있는 바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 바다에는 건물도, 산도 없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그저 끝없이 파랗게 이어질 뿐. 프리다이빙으로 그 안에 들어가면, 나는 그들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는 손님이 된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저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물속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다. 물 밖에서는 원치 않아도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되지만, 물속에서는 오직 물살이 스치는 소리와 물고기들이 산호를 건드리며 내는 작은 달그락 거림만이 들려온다. 그 고요함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공간이 넓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가진 듯하다.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숨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그 안에 큰 장점이 있다. 숨을 쉬기 위한 장비가 없으니 물속이 훨씬 조용하고, 몸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이제는 움직이지 않으면 2분 55초, 움직여도 1분 정도는 무리 없이 머물 수 있다. 마스크와 핀만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는 이 자유로움은 다른 어떤 다이빙 방식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은 종종 ‘우주 유영’에 비유된다. 앞으로 나아가되 저항을 최소화해 부드럽게 물을 가르고, 때로는 하늘을 향해 누워 햇살이 물결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본다. 중력이 사라진 듯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물을 가르며 나아갈 때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감각, 그 순간이 주는 평온함은 말로 다 전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기록을 경신하거나 새로운 생물을 발견할 때 느끼는 짜릿한 도파민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이렇게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시간이다. 바다가 허락하는 이 고요와 넓이를, 더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자마미에 산다면 이 바다에 더 자주 뛰어들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