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km의 오픈카
자마미에서 툭툭 대여소를 볼 때마다 ‘저건 절대 안 타겠다’ 다짐했었다. 자마미의 툭툭은 1시간에 7천 엔이라는, 아주 사악한 가격을 자랑한다. 7천 엔이면 숙성이 꽤 된 아와모리 700ml를 살 수 있는 돈인데! 그런데 자마미를 떠나는 날이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섬 육지를 한 바퀴 둘러보기에 툭툭만 한 게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사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지막’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든 계산이 무너졌다. 전동 스쿠터를 힐끗거리며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툭툭 대여소에 당도했다.
섬을 둘러볼 수 있는 탈 것 선택지로는 자전거,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 그리고 툭툭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덜 힘들고, 값은 훌쩍 뛴다. 자전거는 이미 후루자마미의 통행료에서 언급했듯 비용 대신 체력이 소모된다. 전동 자전거도 타보았으나 IT 강국이자 전동 자전거 강국인 한국을 상상하면 그 이하였다. 결국 답은 툭툭이었지만 키를 꽂는 그 순간까지도 썩 믿음직스럽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보홀에서 탔던 툭툭보다 작고 견고한 느낌의 툭툭에 탑승했다. 지불한 가격을 따지며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불평했지만 앉으니 편해서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게다가 무려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선곡한 앨범은 이 순간에 딱 어울리는 시티팝의 대명사, 롱바케(A LONG VACATION).
골목을 잠시 지났을까? 금세 아마 비치로 가는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자전거로 지나던 길이 맞나 싶을 만큼 전혀 다르게 보였다. 속도가 붙으니 파도는 더 반짝였고, 미지근했을 바람은 제법 시원하게 이마를 스쳤다. 자전거가 넘어질까 긴장하지 않으니 풍경이 더 정확하게 눈에 담겼다. 인적 드문 도로를 달려 전망대에 오르니, 문자 그대로 산 꼭대기였다. 자마미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자마미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과장 아니라, 고개만 돌려도 북쪽과 남쪽 해안이 동시에 들어왔다.
툭툭에서 흐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깔깔 웃고 정신없이 달렸다. 시속 20km가 이렇게 빨랐던가? 이 순간만은 오픈카가 따로 없었고, 수풀 사이를 지날 때는 어느 리조트 빌라동을 누비는 기분이 났다. 툭툭으로 돌다 보니 며칠간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닿았던 해변들이 금세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해변을 차례로 둘러보며 눈과 마음에 꼭꼭 담았다.
여전히 툭툭 1시간에 7천 엔은 비싸다. 하지만 내게 남은 자마미 한 바퀴 지도와, 롱바케가 들려올 때마다 머릿속에 재생될 해안 도로의 영상 값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