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랜드

가이드하지 않는 가이드

by 윤해

“오객사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보트가 출발하기 전, 주인이 가이드에게 건넨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 덕분에 나는 하트랜드에서 가장 여유롭고 따뜻한 다이빙을 경험했다.


어렵게 찾은 자마미의 다이빙 샵. 자전거로 갈 수 있는 후루자마미 해변만으로도 만족했지만, 하루쯤은 보트 다이빙을 나가고 싶었다. 수중 환경이 좋으니 다이빙 샵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하보다 다이빙 샵이 적었고 그 마저도 스쿠버 위주의 샵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에서는 프리 다이빙보다는 '딥 스노클링(ディープシュノーケリング)'이라는 단어로 검색해야 관련 샵이 잘 나온다. 딥 스노클링이 가능한 '하트랜드'를 발견했다.


일본의 작은 섬이라 영어가 통하는 샵은 드물었다. 하트랜드도 마찬가지. 다행히 버디는 초급 수준 회화가 가능해서 예약을 마쳤다. 나는 일본어 왕 초보라 걱정이 되어, 자마미에 도착하는 날까지 '이곳에 몇 분까지 있나요?' 같은 다이빙에 필요한 표현을 골라 외웠다. 자마미에 도착하니 금세 옅은 에메랄드색 건물과 푸른 간판, 동글 몽글한 글씨로 쓰인 ‘Heart Land’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왠지 걱정이 덜어지는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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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날, 하트랜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해양 생물이 가득 그려진 테이블에서 서류를 작성했고, 이름을 묻더니 욘상, 미상이라고 불러도 될지 물어보았다. 주인과 가이드와 장비를 싣고 작지만 쾌적한 밴을 타고 이동해 보트에 도착했다.


하트랜드 건물과 같은 연한 에메랄드색 보트. 출발 준비를 하며 주인이 가이드에게 낮게 속삭였다. 보트 출발 전 들었던 그 한마디처럼, 가이드는 다이빙 내내 앞장서 과하게 안내하지 않았다. 내가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물아래로 내려가면 함께 내려와 주었다. 덕분에 자유롭고 느긋하게 산호 정원을 즐길 수 있었다.


산호 정원에서의 다이빙을 마치고 보트에 오른 뒤, "혹시 보고 싶은 건 없냐"라고 한 번 더 물어주었다. 출발할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한 번 더 물어봐주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마미에 거북이가 온다는 사실이 떠올라 혹시 거북이를 볼 수 있을지 물었다. 가이드는 잠시 당황한 웃음을 짓더니 볼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지만 확률이 높은 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가는 길에 거북이가 빨간 해초를 먹으러 온다고 빨간 해초 근처를 둘러보면 거북이를 만날 수도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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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에 도착해서 입수를 하니 정말로 빨간 해초들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해초 근처를 두리번거리기도 잠시, 정말로 해초 사이에서 두 마리의 거북이가 유유히 떠나가는 모습을 봤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거북이를 만나 기뻤다. 가이드는 우리보다도 더 크게 웃으며 거북이 두 마리를 보았냐며 손가락으로 '2'를 그려 보였다.


돌아오는 보트에서는 아름다운 무인도가 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숙소까지 태워다 준 뒤, 사진을 전해주겠다며 오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샵을 찾았더니 가이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몇 걸음 갔을까, 뒤에서 “오객사마!”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더운 햇살을 뚫고 가이드가 달려와 휴대폰을 내밀었다. 숨이 찬 웃음, 밝은 눈빛. 에어드롭으로 사진과 함께 그날의 따뜻한 마음이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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