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자마미 해변의 통행료

아름다운 해변을 만나기 위해 내가 치른 통행료

by 윤해

배를 타지 않아도 산호를 만날 수 있는 후루자마미 해변. 수중환경이 좋다는 점에 반해 자마미 섬에 여러 날을 머무르기로 결정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판초를 뒤집어쓰고 다이빙 핀을 둘러메면 다이빙 갈 준비 완료! 후루자마미 해변까지 가는 길은 단 하나. 걸어서 20분, 차를 타면 5분이 걸린다.


20분이라면 걸어가기 충분한 거리처럼 들리지만 뜨거운 자마미섬에서는 꽤 먼 거리이다. 5시간에 2천 엔을 주고 자전거를 빌렸다. 종이에 이름과 연락처를 쓰고 이용료와 함께 상자에 넣는다. 양심 자전거 대여소라고 할 수 있겠다. 참 낭만적인 섬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빌려서 후루자마미 비치로 출발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미지근하고 짠 바닷바람조차 개운하게 느껴졌다. 오르막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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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뿐인 후루자마미 비치 가는 길이 오르막이라니! 기어를 한 껏 올려 페달을 밟아봤지만 오르막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한국의 전기자전거가 그리워지는 순간.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어찌나 덥던지. 수영복 위에 입은 판초가 무겁고 거추장스러웠다. 우습지만 이런 순간에 내가 유튜버였다면 이 상황을 생생하게 남겼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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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을 반쯤 올랐을 때 버디가 물었다.

"다이빙 끝나고 다시 올라올 수 있겠어? 못 올라올 거 같으면 돌아갔다가 다시 오자."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올라온 게 아까워서 돌아갈 순 없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언제나 내리막이 있지. 돌아가지 않기로 정하고 오르막을 마저 올랐다. 정상에서 보는 후루자마미 해변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리막길을 달려 후루자마미로 향하는 자전거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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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사이로 보이는 후루자마미 해변은 기대보다 더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는 페퍼톤스의 가사 중에 “햇살은 세금이 안 붙어 참 다행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후루자마미 해변 가는 길에는 햇살이라는 통행료가 붙는다. 바닥까지 햇살이 떨어지는 밝고 투명한 바다는 뜨거운 통행료를 지불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대가이다. 자마미의 아름다운 바닷속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충분히 전하겠다.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면서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되돌아가지 않고 용기 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데... 자전거 잠금을 풀려는 순간, 자전거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후드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새 어디로 간 걸까? 제발. 잠긴 자전거를 들고 언덕을 넘어야 한다니 문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가. 차근차근 왔던 길을 떠올리며 해변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후드가 놓여있었을 것만 같은 살짝 파인 모래에 다행히 열쇠가 비죽 빛나고 있었다. 더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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