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꿈을 꾼다. 눈을 감고도 꾸고 뜨고도 꾼다.
눈을 감고 꾸는 꿈이 사적인 영역이라면 눈을 뜨고 꾸는 꿈은 그 어느 누구의 것일지라도 경중을 따지거나 크고 작음을 가늠할 수 없다. 눈을 뜨고 꾸는 꿈은 여럿이 함께 꾸기도 한다.
함께 꾸었던 꿈 중 가장 감동적인 꿈이라면 마틴 루터 킹의 꿈이 아닐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킹 목사의 꿈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존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꿈이 이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하고 인류애 가득한 꿈이었다면 유럽의 예술과 문화와 삶의 형식을 만들어낸 꿈도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자신의 꿈을 세상에 선포하던 1963년보다 1650년이나 앞선 이의 꿈이었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쇠락하는 로마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그의 황제 즉위를 반대하는 장군들은 서로마 제국의 막센티우스를 황제로 추대하며 내전을 일으킨다. 내전은 6년간이나 지속되었고 서기 312년 콘스탄티누스는 테베라 강의 밀비우스 다리에서 막센티우스와 대치하게 된다. 결전의 바로 전 날, 콘스탄티누스는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하얀 날개를 단 천사가 나타나 "이 십자가로 인해 승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콘스탄티누스는 군의 휘장과 방패에 꿈에서 보았던 십자가를 새겨 넣어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천사의 예시때문이었는지 밀비우스 다리의 전투에서 승리한다. 이렇게 승리한 콘스탄티누스는 313년 밀라노 칙령을 공표 하여 박해받던 기독교 신자들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보장해 주었다. 더이상 기독교 신자들은 지하에 숨어 몰래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었고 유럽의 사상과 문화의 기반이 되는 기독교가 세상에 찬란하게 등장하게 된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5~92)는 대담한 구도와 입체적인 표현으로 막센티우스와의 결전을 앞두고 잠든 콘스탄티누스의 모습을 그렸다. 황제의 막사 지붕 위로 환한 빛을 뿌리며 천사가 십자가를 들고 날아들고 있는 순간, 막사를 지키는 보초병들은 눈을 뜨고 깨어 있음에도 천사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마도 콘스탄티누스의 꿈속의 계시이기 때문이리라. 보초병들의 무료한 표정에 비해 콘스탄티누스의 표정은 잠들어 있음에도 훨씬 다체롭다다.
그는 비록 눈을 감고 꿈을 꾸고 있지만, 그 꿈이 세계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것을 짐작하고 있을까? 그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려는 순간을 포착한 델라 프란체스카의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표현법은 우리를 마치 그 순간을 목격하는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무료한 보초병의 표정과 잠들어 있지만 살아있는듯한 표정의 콘스탄티누스가 대조적이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꿈에서 부터, 조직을 변화시키는 꿈 그리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꿈에 이르기까지 그 꿈의 크기는 결코 크고 작음을 겨룰 수 없으며 경중을 따질 수 없다. 시간이 흘러 나로 인해 생긴 변화를 누군가 기억해주고 그 결과를 기록해준다면 그 또한 리더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성과중 하나가 아닐까?
나이들수록 꿈꾸는 일은 줄어들지만 리더가 될수록 우리는 더 많이 꿈꿔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