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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슬 May 16. 2020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한 페미니즘

우리에겐 더 많은 여자 주인공이 필요해


저는 침착맨(a.k.a 이말년 만화가)의 딸아이 삼촌팬입니다. 

침착맨은 트위치로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60만명이 넘는 구독자와 함께하는 인기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2020년 초반 최근에는 주펄(a.k.a 주호민 만화가)과의 침펄 조합으로 메이저 광고까지 섭렵하는 등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대기업 광고 점령한 침펄 조합


동네 형 같이 친근한 이미지이면서도 실 없이 재미있고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만의 정신 세계를 설파하는 모습 때문에, 침착맨은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침착맨의 유튜브에서 특히 재미있는 볼거리가 바로 딸아이 쏘영이가 등장하는 쏘튜브입니다. 

또래에 비해 착하고 똑똑하고 말도 아주 잘하는 쏘영이와, 어른 치고는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형인 침착맨의 케미가 아주 볼만합니다. 어릴 적부터 쏘영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랜선 삼촌이 되는 기분입니다. 쏘영이의 랜선 삼촌들은 트위치 기부를 하면서 '쏘영 까까재단'에 현금을 적립해주기도 합니다. 

침착맨은 쏘영 까까재단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런데 얼마 전 올라온 '아빠와 함께하는 쏘영이 하교길' 영상은 새삼스레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저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페미니즘을 잘 모릅니다. 82년생 김지영도 읽지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등장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정도의 사람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어떤 면에서 반드시 페미니즘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쏘영이 하교길' 영상에서 쏘영이는 침착맨에게 사실은 자기가 좋아하는 뽑기에 대해 귓속말을 합니다. 자기는 사실 '베이블레이드' 좋아하고, 특히 옛날 거 좋아한다고요. 침착맨이 왜 귓속말로 하냐고 묻자, "다른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봐.", "그거 남자애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거니까" 라고 답합니다. 


영상 1분 50초부터, 사실... 하며 아빠에게 귓속말을 하는 쏘영이가 나옵니다. 



이런 페미니즘 저런 페미니즘을 나누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진정한 페미니즘인지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를 위한 페미니즘"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어렵다면, 작은 영역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정 그룹이라면 딱 공감할 수 있고, 딱 필요한 만큼의 페미니즘. 우리가 양성의 불필요한 경계를 허무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쏘영이가 저에게 그런 문제의식을 주었습니다. 최소한 확실히 쏘영이를 위한 페미니즘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것이지요. 


자기가 갖고 싶은 뽑기를, 간접 화법으로 한참 둘러 표현한 쏘영이는 하교길에 마침내 베이블레이드 뽑기에 성공합니다. 팽이는 은근히 세대를 뛰어넘는 장난감인 것 같아요. 


해당 영상의 댓글을 보면, 쏘영이를 응원하는 삼촌 이모의 마음이 선명합니다. 남자 장난감 여자 장난감, 남자 게임 여자 게임, 남자 만화 여자 만화의 구분과 경계를 없에는 것이 페미니즘적 발상이라면, 확실히 우리에게는 페미니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댓글이 제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페미니즘은 좋은 아빠를 위한 것도 아니고 좋은 삼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쏘영이처럼 지금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또 즐겁게 놀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요. 어디까지가 사회가 만든 코르셋이고 성역할인지 그런 구분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현대 대중 문화는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한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베이블레이드 같은 작품에 쏘영이처럼 당차고 똑똑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면 되는 것일까요? 방법은 모두가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분명 문화적 소비 시장에서, 구매 논리에 따른 남성향 혹은 여성향 콘텐츠는 존재하고 그 모든 구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애들이 갖고 놀며 즐기는 것들일수록 성별 구분 없이, 수많은 쏘영이들이 귓속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슬쩍 말할 필요 없이 제작되었으면 좋겠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한 페미니즘'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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