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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아라

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작업실에서 30분쯤 달려서 찍어놨던 한옥카페를 찾아갔다. 휴일도 아닌데 문이 닫혀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변을 방황하다가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데 카페에서 누군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 문 안 여는 날인가요?“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지금 들어오셔서 차 한잔을 드실 수 있습니다“

바로 카페로 따라 들어갔다. 운 좋게 카페 사장님을 만난 것이다.

얼마나 유명한 집이길래 커피 한잔 마시자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알아서 추천 커피를 달라 하고 바 앞에 앉았다. 

  몇 년 동안 장사를 하지 않고 지인들이 예약을 할 때만 문을 연다고 했다. 오늘처럼 사장님이 나오는 날 시간이 맞으면 혼자 가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억수로 운 좋은 날이었던 셈이다.

  사람 없는 빈 카페에서 혼자 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선 카페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다양한 악기도 많고 LP와 턴테이블도 있다. 전부 사장님이 취미로 하는 것들이란다. 

 카페 문은 안 열고 취미생활만 하는 분인가. 참 신기하다.     


  딸들은 다 커서 서울에 자리를 잡고 가끔 내려온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아이들을 아이답게 키우고 싶어서 시골로 이사를 했다.      

”공부는 절대 하지 말아라. 인생은 짧으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     

아이들이 아빠 뭐해도 되냐고 물으면 묻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늘 이야기 했다. 그 덕에 딸들은 공부는 수업 시간에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골서 뛰어놀며 컸다. 

  그럼에도 큰 딸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해서 장학금 받으며 대학을 나왔다. 일찍 결혼해서 부부가 함께 사업을 잘 해나가고 있다.

  작은 딸은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다고해서 고등학교부터 학교 미용학원을 다니고 방과 후엔 미장원에서 알바를 하면 대학을 다녔다. 졸업 후에 혼자 미용실을 차렸다가 2년 하고 나서 확장을 하고 있다.      

  시골에 내려온 후에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 본적이 없고 집에 쌀이 있으면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딸들이 아빠를 걱정하고 챙기는 것 같다. 잔정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야 하나. 애들을 자유롭게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강조한다. 나도 아들을 키웠지만 현실이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다. 아들이니까 더욱 독립적으로 키워야지 싶으면서도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닌지 항상 걱정이 되었다.    

 

 카페 사장님이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우린 다 죽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였다. 이제는 아빠가 무슨 걱정을 하면 딸들이 말한단다. 

”아빠 우리 다 죽어. 걱정하지마“     

’아 이 가족들은 죽음학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겠구나.‘

  나는 죽음학 강의를 하지만 그 가족처럼 잘 살고 있는 걸까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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