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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후회를 남긴다.

온르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며칠 전 가을비가 추적거리던 날, 어느 작가님의 문상을 갔다. 85세이셨고 뇌출혈로 쓰러지신지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어느 분은 말했다. 슬프지만 병원에서 오래 고생하시지 않고 가신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맞는 말이긴 하다. 

  오후에 톡으로 부고를 보는 순간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훌쩍거리며 병원까지 운전을 했다. 오후에 있던 약속은 모두 취소했다. 문상은 밤늦게 가도 되지만 그 상태로 다른 스케줄을 갈 수가 없었다.      

  친정 아버지는 쓰러지고 6년을 누워 계셨다. 기운이 줄어들고 정신이 촛불처럼 사그라져가는 과정을 보았다. 70대 초반부터 갑자기 그리 되셔서 삶을 정리하지도 못하셨다.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했다.

  반면 그 작가님은 마지막까지 작품도 정리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부지런히 만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틈틈이 유언도 하셨다고 한다. 누구나 타고난 운명이란 것이 있겠지만 부러웠다. 아버지 생각이 나서 더 부러웠고 나도 그 정도만 되면 싶다.      

  죽기 전까지 내 힘으로 걸을 수 있고 움직일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무얼까. 대단한 욕심도 없다. 

  다시 한번 죽음학의 원칙을 떠올린다. 

“누구나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까? 혼자 정리를 해야 하나.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인가. 해아 할 일들을 미루지 말고 오늘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뼈저리게 깨닫는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오늘이 중요하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아직 우리를 알아보니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니 자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리저리 밀리고 치어서 쉽지 않다. 


  얼마 전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내 수업을 듣고 싶었다던 사람을 만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한 달이 안 되었고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도 못한 상태였다. 부모님한테는 아무리 잘해도 자식에겐 후회가 남는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할 만큼 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헤어져도 후회가 남지 않게 나를 위해서. 그런데 부모자식관계는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쉽지 않다. 

  부모님께 잘못한 게 많아서 후회는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죽음이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나 가는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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